사법농단 의혹 법관 13명 공개… 석달 미룬 ‘징계’ 꺼내든 대법원

입력 2018-11-23 04:02
사진=뉴시스

대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법관 13명에 대한 징계 논의를 재개키로 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탄핵소추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의하자 대법원이 뒤늦게나마 위기감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은 지난 6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기반해 이에 연루된 법관 13명을 징계하자고 법관징계위원회에 청구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으론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홍승면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심준보 전 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이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에선 김민수 전 행정처 기획제2심의관, 김봉선 전 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 김연학 전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 박상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시진국 전 행정처 기획제2심의관, 정다주 전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이 대상이다. 평판사 중에선 노재호 전 행정처 인사제2심의관, 문성호 전 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이 포함됐다.

7월과 8월 두 차례 심의 뒤 석 달 넘게 논의를 하지 않았던 징계위는 최근 세 번째 심의일을 12월 초로 잡고 징계 절차를 재개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문제 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와 법관 내에서도 논의되니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 같다”며 “법원이 사태에 대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대법원장이 탄핵 결의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자체 징계 추진은 대법원 입장에서 비난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전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법관은 “해당 법관들이 스스로 퇴직의사를 밝힐 경우 법원 자체 징계가 어려워지는 만큼 그 전에 결론을 내리기 위해 서둘렀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는 사법개혁과 관련해 김 대법원장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최근 활동을 마무리한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장 김수정 변호사는 “후속추진단이 만든 구체적 법안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다시 법원 구성원들로부터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한다”며 “법원 의견 수렴이 다시 원점과 같은 수준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