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치원 입학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일반모집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내년도 유치원 입학 전쟁이 시작됐다. 대형 사립유치원들이 빠지면서 처음학교로 참여 유치원의 모집정원이 생각보다 적은데다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정보도 정확지 않아 “결국 발로 뛰고, ‘눈치싸움’을 벌여야 하는 건 똑같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21일부터 26일까지 처음학교로를 통해 유치원 일반모집 원서접수를 진행한다. 학부모들은 국공립·사립 구분 없이 1∼3순위를 정해 지원할 수 있다.
올해는 국공립유치원 가운데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1곳을 제외한 4781곳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했다. 사립유치원은 4088곳 가운데 2448곳(59.88%)이 참여를 결정했다. 유치원 비리 사태로 교육 당국이 각종 제재를 가하면서 지난해 2.7%에 그친 사립유치원 참여율이 대폭 늘었다.
그런데 실제 학부모가 체감하는 변화는 미미하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강모(35)씨는 22일 “집 주변에 있는 유치원 3곳이 모두 사립인데 한 곳만 처음학교로에 참여했다. 여기 떨어지면 보낼 곳이 없다는 게 막막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다른 사립유치원 2곳은 여전히 원아 모집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원아 수가 많은 대형유치원이 빠지면서 모집정원이 기대보다 적다는 반응도 많다. 서울의 경우 사립유치원 546곳(80.8%)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했지만 원아 수 상위 10곳 가운데 6곳이 불참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모(34)씨는 “그나마 규모가 큰 곳도 생각보다 적게 뽑더라. 정말 다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유치원 정보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처음학교로에서 유치원 정보를 검색하면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와 연결된다. 다섯 살 아들을 둔 임모(36)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을 확인해 보니 원아 수, 학급 수 등 기본적인 정보가 실제와 달랐다. 비리로 논란이 된 유치원의 위반사실도 나와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원스톱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결국 학부모가 알아서 알아보라는 의미”라며 “처음학교로와 상관없이 유치원을 일일이 방문하고 추첨날 줄 서기를 해야 하는 건 달라진 게 없다”고 한탄했다.
일부 유치원이 막판에 참여를 결정하면서 설명회 없이 접수부터 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A씨는 “설명회는 열지도 않고 처음학교로에서 접수하라는 안내만 받았다”며 “직접 가서 살펴보고 비교한 몇몇 유치원은 지원조차 못하니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단설유치원인 대구 황금유치원을 찾아 교직원과 학부모의 의견을 들었다. 유 부총리는 “국공립유치원 40% 조기 달성을 통해 학부모님들의 눈높이에 맞는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정원 부족·정보 부실, 달라진 게 별로 없는 유치원 입학 전쟁
입력 2018-11-2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