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를 위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공식 출범했다. 고용노동 정책을 비롯해 갈등이 내포된 경제·사회 문제를 이해당사자들이 대화로 풀어가는 기구다. 1998년 외환위기 한복판에서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 지 20년 만에 새로운 틀을 갖췄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적 위기 상황은 흡사하고 사회적 대타협으로 극복하자는 취지도 같은데 조직과 내용은 더 확대됐다. 고용노동을 넘어 양극화 국민연금 일자리 사회안전망 등 많은 이슈를 함께 다룬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의 추락을 부르고 노후를 위한 정책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좌우하듯 현재 우리가 당면한 많은 문제의 이해관계는 얽히고설켜 있다. 20년 전보다 훨씬 복잡해진 갈등을 충돌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는 담대한 여정이 시작됐다. 참여한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과 격려는 아낌이 없어야 한다.
역할은 이토록 막중한데 출발부터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각계 대표 18명으로 구성하려다 민주노총이 거부해 일단 17명만 참여했다. 현안이 돼 있는 탄력근로 확대는 노동계가 격렬히 반대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은 경영계의 저항이 거세다. 힘겨운 출발선에서 첫 회의를 함께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부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를 활용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사회적 대화의 주체는 노동계와 경영계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제 선정부터 결론 도출까지 이해당사자의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중재자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이 쏟아낸 단어는 이랬다. 양보와 타협, 대립이 아닌 협력, 투쟁이 아닌 합리적 대안, 고통을 나누는 자세, 일방의 희생만 강요하지 않는, 역지사지, 상생과 연대…. 다른 듯 같은 말을 무수히 반복하며 사회적 합의를 당부했다. 이는 첨예한 갈등 수위에 비해 타협의 전통이 부족한 우리 현실을 말해준다. 경사노위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명도 갖게 됐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을 통해, 네덜란드는 바세나르 협약을 성사시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뤘다. 그것은 경제와 사회의 대전환으로 이뤄졌다.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저성장·고실업 위기 상황에서 멈춰선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고 복지국가 기반을 다졌다. 민간의 자율적 의지는 정부의 어떤 정책보다 강한 힘을 갖는다. 경사노위가 한국 경제와 사회에 그런 동력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요구만 관철하는 투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민주노총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행위는 무슨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노총은 하루빨리 대화와 타협의 장에 나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 노동계를 대변하는 최선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
[사설] 경사노위, 양보·타협·상생의 장이 되기를
입력 2018-11-2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