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악화된 소득 양극화… 정책 전면 재점검해야

입력 2018-11-23 04:02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3분기(7∼9월)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31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줄어든 반면 상위 20%(5분위) 가구는 973만6000원으로 8.8% 늘었다. 5분위의 평균소득을 1분위의 것으로 나눈 값인 소득 5분위 배율도 5.52배로 2007년 3분기 이후 11년 만에 최악이었다. 고소득 가구는 점점 부자가 되고 저소득 가구는 점점 가난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정부가 내건 ‘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란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참담한 성적표다. 정부는 관성과 타성에서 탈피해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올바른 처방을 마련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기존 경제정책을 전면 재점검해 부작용을 개선하고 부족한 정책은 보완해 가야 한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이 줄어든 것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 투자 감소도 원인이지만 최저임금을 2년 간 29%나 올린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1분위 가구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 3분기 0.83명에서 올 3분기 0.69명으로 16.8% 감소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여파로 도소매·숙박음식업이나 임시·일용직 등의 취업 비중이 높은 1분위 가구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 결과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아 소득을 줄이는 역설을 낳은 것이다.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늘어난 걸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은 오히려 고용이 안정된 고소득자들이 누린 걸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최저임금의 추가적인 큰 폭 인상은 고용과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정부는 권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실용주의에 입각해 효과가 없는 정책은 과감하게 전환이 필요하다. 소득 양극화를 완화할 수단이 최저임금 인상만 있는 게 아니다. 일자리 확충이 가장 효과적인 소득증대 방안인 만큼 과감한 규제개혁,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저소득층을 겨냥한 복지 정책과 소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소득재분배를 강화할 추가적인 정책수단 도입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