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소환된 퀸 이어… 연극 무대서 듣는 비틀스·롤링스톤즈

입력 2018-11-22 19:13
체코 정치사와 전설적인 록밴드들의 음악을 절묘하게 버무린 연극 ‘록앤롤’의 배우들. 왼쪽부터 이종무 강신일 장지아 정새별. 국립극단 제공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썸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 ‘돈트 스톱 미 나우(Don’t Stop Me Now)’…. 퀸의 무대가 스크린 위로 펼쳐진다. 아웃사이더에서 전설의 록 밴드로 거듭난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이야기를 그들의 독창적 음악과 함께 풀어내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다.

퀸의 노래에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묻어있다. 태생부터 소외된 이들을 향했던 록은 지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끼쳐왔다. 이들의 삶과 무대를 보며 북받치는 감정에 코끝이 찡했다면, 이를 꼭 닮은 연극을 봐도 좋겠다. 오는 29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연극 ‘록앤롤’(연출 김재엽)이다.

‘록앤롤’은 체코의 역사와 동시대를 풍미했던 록 음악을 바탕으로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묻는다. 체코에 민주화·자유화의 바람이 불던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엄혹한 독재 체제가 이어지던 시절, 체코 출신의 케임브리지 유학생 얀(이종무)이 금지된 음악인 로큰롤을 사랑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역사를 소재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극이지만 페스티벌을 연상케 하는 무대가 펼쳐진다. 수식어가 따로 필요 없는 비틀스와 롤링스톤즈, 핑크 플로이드 등 전설적인 록밴드의 노래가 끊임없이 극장을 채운다. 극의 배경과 같은 시대를 살며 자유를 향한 열망을 노래에 담았던 이들이다.

동시에 자유를 향한 격동의 역사는 관객들과 공명한다. 프라하의 봄(1968)과 체코의 공산체제 이탈을 막기 위한 소련의 개입, 벨벳혁명(1989)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은 ‘촛불혁명’의 연장선상에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2006년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록앤롤’은 네 번의 토니상을 수상한 극작가 톰 스토파드가 썼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불리는 그답게 체코의 정치사와 록 음악을 절묘하게 배치해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tvN)의 강신일과 이종무 장지아 정새별 등 배우들이 출연해 깊이를 더한다.

연극 ‘생각은 자유’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등을 선보여온 김 연출가는 “20세기는 모든 인간이 각자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했던 시기다. 이 작품은 20세기 전체를 마감하는 페스티벌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러닝타임 160분, 공연은 다음 달 25일까지.

강경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