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와 한국교회의 사회봉사 사역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교인들의 영성도 깊어졌다. 그중에서도 지역사회 종교 간 화합의 장이 된 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교회 길 건너편엔 복자수도원이 있고 성북동성당도 가깝다. 교회 앞 도로를 따라 5분만 가면 길상사가 나온다. 한 동네에 있는 다른 종교인들이 모임을 가질 때도 종종 일관정을 사용한다. 그때마다 타 종교인들이 우리 교회 마당을 밟는 기회를 가졌다는 게 즐거웠다. 물론 내가 갈 때도 있다. 일관정에서의 모임을 통해 작지만 의미 있는 결실이 맺어졌다.
10여년 전의 일이다.
“우리끼리만 모였다 헤어지지 말고 좋은 일 한 번 합시다.” 이러면서 의기투합했다. 그래서 시작한 행사가 바로 ‘3개 종단 연합바자회’였다.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더불어 교회를 이 자리로 이전할 때부터 다짐했던 ‘하나님 백성 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여정이라 확신했다. 매년 10월이면 우리교회 목회자들, 신부님들, 스님들이 함께 모여 바자회 계획을 짠다. 당일이 되면 모두가 어울려 웃고 떠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제는 주민들도 기다리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동네에 살다 이사를 간 분들도 찾아오는 축제가 됐다. 매년 여기서 얻는 수익은 3000여만원 수준인데 학생들 장학금으로 사용한다.
이런 모임은 내게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줬다. 덕수교회는 2006년 교회 맞은 편 골목에 연건평 3000㎡(약936평)의 복지문화센터를 지었다. 이 공간은 본격적으로 지역사회와 교회가 만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007년엔 어르신들을 위한 주간보호시설을 열었다. 지금 이곳은 어르신들에게 인기 만점인 명품 공간이 됐다. 지역공동체 교육원도 설립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곳이다. 종교는 관계없다. 하루 종일 주민들이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이 된 것이다.
‘샬롬노인복지문화원’도 이곳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현재는 교회뿐 아니라 전국의 각 지역에서 ‘찾아가는 노인복지’를 실천하고 있다. ‘은솔 아카데미’도 진행된다. 은퇴한 목사들이 매달 모여 세미나도 하고 친교도 나누는 모임이다. 유경재 김종희 홍성현 목사 등 30여명의 은퇴 목사들이 모인다.
성북동으로 이사 온 직후 뒷동산에 올라 교회가 지역사회 공동체의 중심이 되게 해 달라며 했던 기도가 이렇게 성취된 것이다. 요즘도 교회 주변을 산책하면 주민들이 인사를 한다. 나도 반갑게 인사한다.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종종 대신 밥값을 내주는 분들이 계신다. 교인들이 대접하는 일이 많지만 주민들이 대접할 때도 꽤 있다. 감사할 것이 많은 삶이다. 이런 생각을 해 봤다. ‘난 덕수교회 목사이면서도 마을 목사로 사역했구나.’ 마을목회를 꿈 꿨던 작음 바람이 이렇게 결실을 맺었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