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테이블에 누워있는 아이의 어깨와 가슴, 무릎이 벨트로 고정됐다. 놀란 아이는 주먹을 쥐려 애썼지만 손가락들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온몸을 고정한 기립훈련테이블이 아이를 허공에 세웠다. “괜찮아, 힘주지 마. 이게 서 있는 느낌이야.” 물리치료사의 말에 온몸에 줬던 힘을 서서히 풀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일곱 살 송예은(뇌병변 장애 1급)양이 물리치료를 받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 강서뇌성마비복지관에서는 예은이가 물리치료사 이정현씨와 함께 자세유지능력 훈련을 하고 있었다. 2년 넘게 예은이와 훈련한 이씨는 “예은이는 비슷한 증상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예은이도 스스로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8주 먼저 1.7㎏의 몸으로 세상에 나온 예은이는 태어나자마자 뇌병변 진단을 받았다. 무정위성 뇌성마비도 예은이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어머니 서하은(38·고양 원당반석교회)씨는 매주 월∼토요일 예은이가 물리치료와 언어치료, 인지치료 받는 모습을 지켜본다. 서씨는 “의학용어들이 생소해 검색을 하지 않고서는 아이의 상태를 알 수 없었다”며 “밤새 울기도 했지만 ‘꿋꿋해져야 한다’고 마음먹고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며 애써 웃었다.
가족들의 노력으로 예은이는 조금씩 힘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말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 했다. 서씨는 “최근에는 ‘엄마 물 주세요’ 등의 대화도 가능해졌다”며 “더 많은 대화를 하기 위해선 언어훈련과 놀이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말하는 것도, 몸을 가누는 것도 쉽지 않지만 예은이는 음악과 드라마에 빠져 있는 ‘7살 소녀’다. 서씨는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음악에 맞춰 허밍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가요 중에서도 ‘거위의 꿈’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모습도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그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고 난 뒤 배우 송중기의 사진을 방에 한가득 붙인 적도 있다”면서 “송중기가 결혼을 발표한 직후에는 ‘사진을 다 떼어내라’며 속상해했다”고 전했다.
예은이도 매주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한다. 결혼 전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던 어머니 서씨 역시 시어머니의 사랑에 감동받아 신앙을 갖게 됐다. 예은이와 가족들은 매주 교회 2층에서 함께 예배드린다. 서씨는 “예은이에게 ‘함께 기도하자’고 말하면 두 손을 가깝게 하고 고개를 숙인다”며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 어려울 때에는 집에서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예배를 다녀온 아빠와 오빠가 설교 내용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가족들은 예은이가 더 자유로워지면 데려갈 곳이 있다고 했다. 친가가 있는 전남 완도의 한 섬이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예은이의 친가에서 바다를 보여주며 낚싯대를 드리우는 여유로운 순간을 누려보고 싶다고 했다. “울며 살아도 하루, 웃고 살아도 하루더라고요. 하나님이 조금씩 예은이의 몸과 마음을 열어주시면 더 밝은 사람이 될 겁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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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품은 아이들 <11>] 하나님이 몸과 마음 열어 주시길 기도
입력 2018-11-23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