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통신요금, 온라인 쇼핑 내역만으로도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주부나 사회초년생도 공공요금 등을 성실히 냈다면 신용점수를 높일 수 있다. 담보가 없어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보다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21일 당정협의를 거쳐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법 시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인 신용평가는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여부 등 금융정보 위주로 이뤄진다. 때문에 최근 2년 내 카드·대출 이용 실적이 없는 1107만명(2016년 기준)은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로 20대 청년이나 주부, 노인이 여기에 해당된다.
앞으로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조회(CB) 회사가 도입되면 통신·전기·가스 요금 납부 이력 등으로 개인 신용을 평가받을 수 있다. 온라인 쇼핑 내역과 SNS 정보도 신용점수에 반영된다. 예컨대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기적으로 물건을 사거나 공공요금을 잘 냈다면 신용점수가 올라가는 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평가 모델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불 페이(간편결제)를 사용한 이력이나 어떤 시간대에 주로 물건을 사는지 등도 신용평가에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회사들이 활약하고 있다. 미국의 파이코(FICO)는 통신요금, 지불결제 이력 등을 활용한 신용위험 측정 모형을 적용해 금융이력이 부족한 1500만명의 신용점수를 산출하고 있다. 대출업체 렌도(Lenddo)는 SNS 친구나 포스팅 등 260억개 데이터를 머신러닝(학습)으로 분석해 ‘대안적 신용점수’를 낸다.
또한 담보·보증이 없어 자금 확보가 어려웠던 개인사업자의 대출 장벽이 낮아진다. 정부는 신규로 ‘개인사업자 CB 회사’ 진입을 허용하고, 카드사에 ‘개인사업자 CB업’ 겸업의 문도 열기로 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개인사업자 CB 회사는 업황, 판매실적, 휴업 여부 등 실질적인 사업성을 기반으로 개인사업자의 신용을 평가하게 된다. 보증·담보에 의존해 왔던 개인사업자 대출 관행을 바꾸자는 취지다. 기존엔 전체 개인사업자의 4.3%에 불과한 부동산·임대업자 대출 비중이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에 맞춰 마이데이터산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마이데이터산업이 활성화되면 특정 서점이나 음식점에서 할인율이 가장 높은 카드를 골라주거나 유리한 대출상품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가능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 인하 요구를 하거나 신용점수를 올리려고 하면 정보 정정 청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본인 정보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개인정보의 활용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일반 개인정보에서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의 고유 항목을 가명으로 대체한 정보를 ‘가명정보’로 정의하고, 이를 데이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그동안 가명정보는 개인정보로 분류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었다. 가명정보를 복원해 개인을 재식별하는 일이 없을 만큼 충분한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이 신제품 개발, 기록 보존 등의 목적으로만 가명정보를 쓸 수 있다. 개인정보 오남용 및 유출 시에 과태료·형사처벌과 함께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개인정보 감독기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 일원화된다.
임주언 오주환 기자 eon@kmib.co.kr
주부·사회초년생 등 1107만명 신용평점 개선된다
입력 2018-11-21 19:16 수정 2018-11-21 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