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이슈] 갈등의 끝은 파국… 화해 위한 인내의 여정으로 인도해야

입력 2018-11-22 00:00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수많은 사건 사고는 인간의 한계와 연약함을 드러낸다. 때로는 악이 인간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개신교 신학에서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아직’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되지 않은 국면으로 본다. 기독교인은 이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 사회적 이슈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목회자들 역시 무관심할 수 없다. 예언자적 목소리를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이수역 폭행’ 사건은 남녀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사건 당사자들이 폭행의 책임이 자기에게 없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메갈’과 ‘한남충’이라는 성 비하 발언이 갈등을 증폭시켰다. 여론도 널뛰기를 하는 모양새다. 그리스도인은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상화(서울 서현교회 담임) 목사는 “갈등이 극단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우리 사회가 불량사회로 전락하고 만다”고 우려했다. 이어 “성탄절을 앞두고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기 위해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 주신 본래 의미를 잘 살펴보라”면서 “예수님은 공생애를 통해 진정한 화해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거치셨는데 지금 한국사회도 진정한 화해를 위한 인내의 여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권(부산 수영로교회 청년담당) 목사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뿌리를 둔 이번 사건의 해답으로 성경은 공동체의식과 동료의식을 가지라 한다”면서 “상대를 인격적으로 폄훼하거나 익명성에 기대 온라인에서 비하하는 걸 자제하는 노력이 교회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교회발 자성운동’을 제안했다.

사건의 성격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걸 유보하라는 의견도 있다. 민김종훈 성공회 서울교구 길찾는교회 신부는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더 자주, 더 많이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며 “이 부분이 이 사건을 이해하는 균형추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교인들에게는 성급한 여론재판관이 되는 것보다 이런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신중히 판단해 천천히 말하는 것을 실천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속단하지 말고 사회 전반의 상황을 신앙인의 시각에서 살펴보라는 주문이다.

성경은 사람 사이의 화합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구절이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는 말씀이다. 목회자들의 강조점도 화해를 이루는 데 기독교인들이 기여해야 한다는 데 있다.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는 데 힘쓰라는 당부다.

국제 분쟁과 갈등의 현장에서 평화 활동을 했던 안재웅(한국YMCA전국연맹 유지재단 이사장) 목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의 뿌리는 차별인데 이를 극복할 열쇠를 ‘하나님의 형상’에서 찾았다”면서 “우리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피조물로서 상대를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걸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단에선 배려와 존중, 이해와 관용과 같은 가치들이 폭넓게 확산될 수 있는 평화의 메시지가 선포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소영(기독교대한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 총무) 목사는 “목회자라면 왜 남녀 간에 혐오가 만연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혐오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에서 낙오된 이들이 상처와 소외감을 분노와 폭력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 크다”며 “‘죄인을 부르러 왔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의 메시지는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데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나래 장창일 양민경 김동우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