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을 축자적으로 직역하고 43개 번역본 비교대조해 주석

입력 2018-11-22 21:54
최근 ‘원문 번역·주석 성경’을 출판한 백석문화대학 전 총장 고영민 박사가 서재에서 책을 펴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쿰란출판사 제공
고영민 박사가 펴낸 ‘원문 번역·주석 성경’(쿰란출판사) 구약(왼쪽)과 신약 표지.
백석문화대학 총장을 역임한 고영민 박사가 한국 개신교 선교 130주년을 기념해 ‘원문 번역·주석 성경’을 최근 펴냈다. 원어(히브리어, 헬라어)로 쓰여진 신·구약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성경적으로 주석한 책이다. 원문 주석은 성경의 기본 자료인 고대 사본부터 시작해 성경의 형성과정과 성경 언어의 뜻, 신학적인 배경 등을 다루기 때문에 ‘주석 위의 주석’이라고 할 수 있다.

고 박사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제물포에 역사적인 첫발을 들여놓은 지(1885년) 130주년이 지난 것을 기념해 번역과 주석을 하게 됐다”고 했다. 대한성서공회가 발행한 개역개정판은 원래 한국교회 초기 선교사인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등이 주축이 된 번역 위원회에서 KJV, ASV 등 영역판과 한문 성경 등을 기준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원문과 뜻이 다르거나 애매한 부분들도 있다.

저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통적·성경적 해석 원리로 주석하고 성경 해석의 기존 체제를 삼위일체식으로 강해했다. 원문을 축자적으로 직역하고 알기 쉽게 의역했다. 또 구속사의 맥을 따라 원어와 문장 등을 명확하게 설명했으며 성경 연구와 설교 준비를 위해 성경분문을 내용별로 분해했다. 43개 번역본들(한국어, 영어, 독어, 불어, 라틴어)과 비교, 대조해 성경의 다양한 번역 가능성도 제시했다.

고 박사는 “원칙적으로 문맥의 일관성보다는 히브리어나 헬라어의 문법과 구분, 단어들을 가능한 한 그 의미를 유지시키면서 축어적으로 번역했다”며 “그러나 본문의 뜻을 전달하기 어려울 때는 원문이 지닌 역사적인 목적과 그 당시와 관련된 특별한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저서 특징 중 하나는 성경에 등장하는 사회와 문화, 역사적 배경에 대해 생생하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비록 정경은 아니지만 외경이나 필로(Philo) 등의 고대 문헌, 요세푸스의 고대사 등의 역사서를 인용했다. 오랜 세월 동안 현장에 방문, 직접 보고 듣고 연구한 성지 순례의 풍부한 경험을 통해 성경에 언급된 문화와 풍습, 지리를 사실에 근거해 현장감을 더했다.

저서가 한국 교회의 강단용 표준 성경이나 목회용 기본 주석으로 쓰여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 박사는 “이 책이 번역이나 주석 면에서 원문의 의미를 잘 살려냈고 또 성경적으로 주석한 것이 인정되면 앞으로 교단과 계층을 초월해 폭넓게 사용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 박사는 앞으로 집필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하나님께서 건강과 시간을 허락해 주시면 그동안 준비해온 자료들을 정리해 신·구약 주석을 쓸 것입니다. 이미 출간된 번역·주석 성경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내용을 대폭 확장해 전공자나 목회자가 성경 연구와 설교 자료 등에 인용할 수 있도록 유익하고 다양한 내용들을 다룰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하기 위한 고언을 청했다. 그는 결국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박사는 “교회 역사가들은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마르틴 루터가 번역한 성경에서 찾고 있다”며 “우리 한국교회가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서 성경만을 가르치고 성경대로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제2 종교개혁의 불길이 한반도에서 시작해 세계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