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모자이크처럼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찾아야”

입력 2018-11-22 00:01
최준기 대한성공회 교무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성공회주교좌성당에서 인터뷰를 하다 사제관 앞 그리스도상을 가리키고 있다.

서울시 중구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주성식 신부)에는 예수님의 모습이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 모자이크 작품이 있다. 다양한 색을 지닌 유리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자비로운 예수님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이곳에서 21일 만난 최준기 대한성공회 교무원장은 “서로 다른 색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와 같이 한국교회도 다양성 속의 조화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 교무원장은 장로교단의 사무총장이나 총무와 비슷한 직책이다. 서울 부산 대전 등 성공회 3개 교구의 화합과 일치를 도모하며 선교적 비전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대외적으로는 여러 교단과 교류·화합하는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운동을 맡는다. 이날도 최 원장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단 회의에 다녀왔다.

최 원장은 삶 속에 에큐메니컬적인 요소가 스며들어있다. 그는 장로회신학대를 졸업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공회대학원에 진학했다. 3대째 이어오는 장로교 집안의 손자였던 최 원장은 “‘비아메디아(중간의 길)’로 대표되는 중용적인 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며 “장로회신학대를 졸업한 나도 교무원장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성공회의 열린 자세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 비스바바라티대에서 비교종교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1년 한국으로 돌아와 삶의 현장에서 사목했다. 나눔의집에서 빈민과 이주민 사역을 하던 그는 다양한 객체가 어우러져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과정에 주목했다. 최 원장은 “한국교회 안에서 성공회의 역할은 중용적 입장으로 갈등의 중재자·화해자가 되는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대안적인 발전 방안을 찾는 시도가 한국교회에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은 대한성공회 선교 130주년을 맞는 해다. 최 원장은 130주년을 맞는 성공회의 비전을 성공회 내 3개 교구와 함께 고민 중이다. 1980년대는 나눔의집을 통한 민주화와 나눔 운동, 2000년대는 성공회대를 통한 인권과 평화 운동이 성공회의 대표적 이미지다. 2020년대에는 성공회가 어떻게 세상에 각인될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최 원장은 강조했다.

최 원장은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그 고민의 답은 평화에 있지 않을까 싶다”며 “단순히 선언하는 수준의 비전이 아닌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변화된 모습으로 그 답을 제시해야만 130주년이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