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무원은 왜 ‘007 가방’을 들고 다닐까

입력 2018-11-22 04:00 수정 2018-11-22 09:25

첩보영화에서나 볼 법한 ‘007 가방’이 정부세종청사에 등장했다. 국토교통부 공공주택 정책 담당자들은 암호를 알아야만 열 수 있는 ‘보안용 가방’을 들고 출퇴근을 한다. 공무원들은 보통 개인자리에 업무자료를 두기 때문에 출퇴근용 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짐이 많아도 서류가방이나 배낭을 메는 정도다. 하지만 공공주택 담당자들은 사소한 서류라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007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닌다.

여기에다 ‘업무 외 통화’를 최대한 자제하고 개인 약속도 웬만하면 잡지 말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정책 관련 보고는 실·국장을 거치지 않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 최고위층에 직접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철통 보안’은 국토부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국토부는 지난 9월 경기도 신규 공공택지 개발정보 유출에 이어 제3기 신도시 후보지 추정 개발도면까지 외부로 새나가는 보안 사고를 겪었다. 이후 청사 출입검색을 강화하고 개방돼 있던 부서 출입문을 굳게 닫았다. 부동산정책·공공주택 관련 부서는 담당 공무원이나 사전 인가를 받은 사람이 아니면 출입조차 어려워졌다.

여기에다 국토부는 21일 공공주택지구 보안 관리지침까지 만들었다. 이 지침은 후보지 발굴부터 지구지정을 위한 주민공람 때까지 공공주택지구 후보지와 관련된 정보가 누설되지 않도록 하는 ‘깨알 같은 조항’들로 이뤄졌다. 자료를 생산·취득하는 공공주택사업자와 관계기관은 정보가 새내가지 않도록 보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됐다. 공공택지 지정 제안서 등의 문서는 대외비로 관리하고, 이메일로 관계기관에 문서를 보내려면 전자암호를 설정해야만 한다.

이 뿐이 아니다. 국토부는 회의실 보안규정도 마련했다. 회의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고, 부서장은 참석자에게 보안 의무를 고지하도록 했다. 회의 참가자는 정보를 외부에 누설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 등의 처벌을 받아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보안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회의 때 활용한 자료는 반드시 회수해 파쇄해야 한다.

일부는 부동산 개발 정보를 다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도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개발 후보지를 다루던 LH 직원들은 공무원과 달리 퇴직 후 별다른 제약 없이 곧바로 부동산업체로 재취업할 수 있다. 정책 정보가 곧바로 투기 시장으로 흘러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토부의 보안 강화 노력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