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올 순익 사상 첫 1조 돌파”

입력 2018-11-25 20:54
“농민지원 역할을 다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 실적에 관해 이같이 대답했다. 이는 그동안 조선해운업 부실 등의 여파로 수익이 감소해 농민지원을 위한 ‘캐쉬카우’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부담에서 올해는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이 올해 1조원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민 지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고 있다. 농협은행의 실적과 연동된 배당금과 농민지원비 증가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9339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 내외부에서는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순이익 1조원 돌파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순이익 증가는 먼저 배당금 증가로 직결된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의 완전자회사(지분 100%)로 농협은행의 배당금은 모두 농협금융에 지급된다. 농협금융은 이를 다시 농협중앙회에 배당하는 방식이다.

농협은행 내부에서 배당금을 가지고 ‘자랑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온 것은 올해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배당을 못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이 배당을 하면 금융지주를 거쳐 중앙회까지 배당이 완료되는데 2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올해 농협금융의 미배당은 지난 2016년 농협은행이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로 농협금융에 배당을 실시하지 못해 발생한 현상이다.

농업지원사업비도 상황은 비슷하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중앙회가 농가지원에 사용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농협계열사들에게 받는 분담금이다. 직전 3년 평균 영업수익을 기반으로 부과돼 수익이 늘어나면 지원사업비도 늘어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농협은행의 올해 사상 최대 순이익은 당장 내년 농업지원사업비 증가로 연결된다.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2000억원의 농업지원사업비를 부담했다.

특히 농협은행의 배당금과 농업지원사업비 증가는 농협손해보험이나 농협생명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달성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호실적을 기반으로 농협은행의 농민지원 확대가 기대되면서 이러한 실적을 견인한 이대훈 농협은행장에 대한 재신임 가능성도 올라가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해 다음 달 임기가 종료된다. 농협금융은 이달 16일 첫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행장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농협 내외부에서는 당초 2년이었던 농협은행장의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한 것이 실적 확대에 노력해 달라는 시그널이며, 이 행장이 실적 확대에 큰 성과를 창출한 만큼 재신임이 확실시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농협은행의 올해 순이익 목표 7800억원을 3분기 만에 이미 20%가량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 행장을 포함해 농협생명, 농협손보, 농협캐피탈 등 다른 계열사 CEO의 재신임 여부를 12월 안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이 행장의 연임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그는 지난 2012년 농협금융지주 출범(신경분리) 이후 첫 연임에 성공하는 행장으로 기록된다.

이와 관련해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달 종합경영성과 분석회의 때 “업무 경력과 직무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며 능력에 따른 인사가 단행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조계원 쿠키뉴스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