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선발 등판해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는 장면은 오랜 한국인 MLB 팬이라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그런 박찬호의 곁에서 3루를 든든하게 지켜주던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
MLB 공식사이트 MLB닷컴은 21일(한국시간) “명예의 전당(HOF) 입성이 확실시되는 3루수 애드리안 벨트레(39·텍사스 레인저스)가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벨트레는 MLB에서 길고 굵은 흔적을 남긴 선수다. 겨우 19살이었던 1998년 다저스에서 MLB 무대를 밟았다. 개화는 빨랐다. 2년차 시즌인 1999년 0.275의 타율에 15홈런을 치며 단숨에 다저스 하위타선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박찬호의 전성기와 맞물려 한국인 MLB팬들에게도 친숙해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에 다저스는 벨트레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이후 2000년대 초반 2할 중반의 타율에 20여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정체되는 듯했다. 물론 강력한 어깨와 뛰어난 운동신경을 기반으로 한 3루 수비는 발군이었다. 그러나 치퍼 존스나 스캇 롤렌 등 당대 최고의 3루수들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벨트레가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을 한 해는 2004년이다. 시즌 초부터 무서운 홈런포를 가동하기 시작한 벨트레는 0.334의 고타율로 생애 첫 3할을 기록한 동시에 무려 48홈런을 날리며 내셔널리그(NL)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해 벨트레는 ‘야구의 신’ 배리 본즈에 이어 NL 최우수선수(MVP) 2위를 차지했다.
이 해의 활약 덕에 벨트레는 5년간 6400만 달러 규모의 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2005년부터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뛰었다. 하지만 투수 친화적 구장인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는 괄목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5년 계약을 마감하게 된다. 결국 벨트레는 2010년 1년 계약을 맺고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다.
보스턴에서 벨트레는 진정한 전성기를 맞는다. 보스턴 소속으로 0.321의 타율과 28홈런을 기록한 뒤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8000만 달러로 FA 대박에 다시 성공했다. 이후 텍사스에서 뛴 8년간 벨트레는 준수한 수비는 물론 정교한 타격과 장타를 모두 선보이며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가 됐다. 2014년 입단한 추신수와 함께 베테랑으로서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에도 충실해 스태프와 선수단 모두에게 큰 신뢰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7월 HOF의 기준 중 하나라고 불리는 통산 3000안타를 달성하기도 했다.
벨트레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벨트레는 2004시즌 수준의 성적을 이후 14년간 다시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자기 관리에 충실해 큰 부상 없이 매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통산 2933경기를 뛰며 그가 남긴 기록은 0.286 477홈런 3166안타다. 안타수는 역대 빅리그 3루수 중 가장 많다. 명수비수의 상징인 골드글러브 수상도 5회나 돼 HOF 입성은 확실하다는 평가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3166 역사 쓰고… 굿바이, 벨트레
입력 2018-11-2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