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건국대병원 대동맥혈관센터] “대동맥류는 고장난 시한폭탄”… 24시간 전문의 대기

입력 2018-11-25 20:50
김준석 센터장은 “대동맥박리증은 30분 안에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수술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현 쿠키뉴스 기자

대동맥 질환 및 혈관 질환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다. 대동맥 질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 증상이 없고,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가장 큰 동맥이다. 대표적 질환으로 대동맥류와 대동맥박리증이 있다. 대동맥류는 혈관 일부분이 풍선처럼 늘어나는 증상이다. 우리 혈관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피를 공급한다. 동맥경화증 등으로 인해 혈관 신축성이 저하되면 경화가 되지 않은 한쪽 혈관이 부풀게 되는데, 부풀어진 혈관이 더 커지면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터지게 된다. 파열로 인해 대량출혈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내 사망에 이른다.

대동맥류는 흉부와 복부에 있는데,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세가 없어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김준석(흉부외과) 건국대병원 대동맥혈관센터장은 “대동맥류는 몸에 있는 시한폭탄, 그것도 고장 난 시한폭탄이다. 정말 언제 터질지 모르고. 사망률이 90% 이상이다”라며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기검진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지만, 만약 복부에서 맥박이 느껴진다면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대동맥은 척추 바로 앞에 있는데, 배에서 맥박이 느껴지는 것은 혈관이 그만큼 부풀어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동맥박리증은 혈관 내막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대동맥은 혈관이 세 겹으로 이뤄져 있는데, 혈관이 터지기 전 한 두 겹 정도만 찢어진 것이다. 이 경우 병원에 도착하기 전 5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동맥박리증 또한 혈관이 찢어질 때 증상이 나타난다. 김 센터장은 “대동맥이 있는 가슴 뒤, 등 쪽에서 찢어지는 통증이 온다. 30분 안에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대동맥박리증은 작은 병원에서 수술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큰 병원의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시간이 조금만 지체돼도 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동맥박리증은 시간당 1∼2%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해진 골든타임은 없다. ‘무조건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올해 1월 건국대병원에 대동맥혈관센터가 생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응급상황인 경우가 많아 센터에서는 24시간 전문의가 직접 응급전화를 받고 있고, 환자 상태를 즉각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흉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마취과, 중환자실 분야 전문의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

또 여러 과의 전문의가 모여 있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 옵션 중 효과적인 치료법을 원스톱으로 진단할 수도 있게 됐다. 과거에는 수술만이 유일한 대동맥질환의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가슴을 열어야 하는 수술 부담이 적지 않고, 합병증 발병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영상의학과 또는 내과에서도 인터벤션 기법을 통해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을 시행하는 등 치료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대동맥질환은 특히 고령 인구에게서 많이 발병하는데, 노인들은 수술이 아무리 잘 돼도 수술 후 부작용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치료 옵션도 다양해졌고, 부작용이 적은 방법이 있다면 그 치료법을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방법을 결정하기 위해선 관련 진료과 전문의들이 모여 논의를 해야 하는데,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서 응급 전화는 전문의가 받는다. 새벽에 집에서 자고 있는 전문의라도 응급상황 발생시에는 협조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