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반숙 활용 메뉴로 2관왕 “한식 조리법 글로벌 진출 매진”

입력 2018-11-25 21:01
정덕수 셰프가 그랜드엠배서더서울풀만에 위치한 중식당 ‘홍보각’에서 대회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태현 쿠키뉴스 기자 pth@kukinews.com

쌀쌀한 늦가을이지만 주방은 열기로 가득했다.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뒷정리 중이었지만 재료를 다듬는 소리와 화구에서 나오는 불 소리, 웍 돌리는 소리가 마치 들리듯 선명했다.

지난 19일 서울 그랜드앰배서더서울풀만 홍보각에서 만난 정덕수 셰프는 여전히 앳되고 천진하게 웃었다. 요리에 집중했을 때 보여줬던 진지한 표정이 낯설어 보일 정도였다.

지난 9월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홍콩 중화주예학원에서 열린 ‘2018 이금기 영셰프 국제 중식 요리대회’에서 정 셰프는 ‘최우수 크리에이티브 상’과 ‘이금기 130주년 최고의 맛 계승 대상(대회 대상)’을 동시 수상했다.

글로벌 소스 브랜드 이금기는 한국, 홍콩, 마카오, 일본, 대만,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체코, 프랑스 등 총 17개국 관련협회와 협업해 대회를 열었다. 17개 나라에서 각 예서을 거친 40세 이하 젊은 셰프들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90분 동안 소고기, 돼지고기, 새우, 닭고기 중 1가지를 선택한 뒤 이금기 소스와 조미 제품을 활용해 요리를 선보였다.

대회가 마무리된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정 셰프는 그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최종4인에 꼽혀 무대에 오른 그는 대상을 수상하자 양 팔을 번쩍 들고 포효했다. 그는 천천히 그 날의 기억을 되돌아봤다.

대회 당시 정 셰프가 선보인 요리는 ‘130주년 어향부귀완자’다. 빵가루 대신 말린관자를 갈아 튀기고 그 안에 계란 반숙을 넣어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했다. 완자를 잘랐을 때 반숙이 흘러나오는 창의적인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정 셰프가 차별화 포인트로 둔 것은 바로 ‘반숙’ 이었다. 한식과 일식에서는 계란 반숙이 요리의 한 소재로 사용되지만, 중식에는 반숙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정 셰프는 “양식을 섞은 특이한 퓨전요리를 해보고 싶어 크림소스를 활용한 부용기(芙蓉鷄, 계란 흰자와 닭고기를 함께 조리하는 음식)를 준비했다”면서 “대회 한달 전 발표된 주제가 마침 ‘환구회체 돌파경전(전통을 깨라)’이였던 만큼 준비하던 작품을 최종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셰프는 이 작품으로 한국인의 세계 중식요리대회 첫 우승과 홍보각 첫 수상이라는 두 개의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정 셰프의 우승은 한국 중식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화교 일색이었던 대회 우승자 중 순수 한국인이 글로벌 중식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한국 중식 역사 100년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두 개의 최초라는 타이틀이 무겁다”면서 “2020년께 한국에서 큰 글로벌 중식대회가 열리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 곳에서 다시 결과를 내 이 부담을 깨뜨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셰프는 여전히 홍보각에서 식사와 튀김을 맡아 일하고 있다. 트로피와 상장은 여전히 자리하고 있지만, ‘상’에 매몰되지 않도록 일에 집중하고 있다. 요리사로서의 목표를 묻자 정 셰프는 ‘한식 퓨전된 중식’이라고 답했다. 그는 “처음 요리를 한식으로 시작해서인지, 한식과 중식을 한데 어울린 퓨전을 해보고 싶다”면서 “대회 때 반숙 아이디어도 한식에 있는 ‘수란’ 때문에 떠올리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식에 분자요리가 있듯이 중식도 이런 한식 조리법 등을 더해 발전시키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조현우 쿠키뉴스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