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와 높은 실업률로 서민들의 근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상돼 서민 가계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3%, 즉 3명 중 1명의 비중을 차지하는 봉급생활자들은 매달 월급에서 저절로 떼는 각종 보험료의 인상 소식이 달갑지 않다. 월급 인상폭은 높지 않은데, 보험료가 오르고 천정부지로 솟는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하면, 갈수록 손에 쥐는 돈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여기에 노후 안정자금인 국민연금 개혁안에도 국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건강보험료는 현재보다 3.49% 오른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현행 6.24%에서 6.46%로 월 3746원 늘어나게 되며,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이 현재의 183.3원에서 189.7원으로 인상돼 세대당 평균 보험료는 3292원 느는 셈이다. 지난 2011년 5.09% 인상 이후 8년 만에 최고 인상률이다.
장기요양보험료도 오른다. 현재 건강보험료의 7.38%가 장기요양보험료인 것에서 내년에는 8.51%로 인상된다. 노인요양시설 이용 시 1일 비용은 등급별로 3390원∼3960원 증가하며, 주야간보호, 방문요양, 방문간호 등의 재가서비스 이용자의 이용한도액도 등급별로 3만4000원∼6만200원 늘어난다.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회의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자, 박능후 장관은 “사실과 다르다”고 진화에 나섰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수습에 나섰지만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후 문 대통령은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들으라”며 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다 지난 13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보험료 증가 없이 소득대체율 인상은 불가하다”고 밝히며 다시금 연금 보험료 인상 논란에 불을 지폈다.
최근 직장을 관두고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권혁진씨(40·가명)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료 등의 인상 여부는 현재 내 상황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무신경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만약 당장 변리사가 돼도 앞으로 돈을 벌 나이는 20년이 채 안될 것”이라며 “보험료가 인상돼 수익의 적잖은 금액이 떨어져 나가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서 주임으로 재직 중인 박민정씨(34·가명)는 최근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뉴스를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까지 내가 낸 국민연금이 노후를 책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안정적인 고용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언제 받을지 모르는 돈을 위해 매달 지출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구창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돈을 올리는 건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을 받는 노령 층이 안정적으로 사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이유로 보험료를 올려 기금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득세하고 있지만, 현재의 국민연금은 재정안정보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구 사무국장은 “장기적으로 보험료는 인상되어야 하지만, 인상이 시급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그는 “외국의 보험료율 인상 과정을 보면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형성 단계를 충실히 밟는다. 국민들의 제도 신뢰에 발맞춰 점진적으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각종 경제 지표도 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와 같은 2.7%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주력해 온 일자리 창출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사실상 0%를 기록하자, 정부는 내년 일자리 창출에 23조5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높지 않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각종 보험료율 인상을 다룬 기사마다 “각종 연금에 피 같은 세금 쏟아 부을 생각하지 말라”, “국민연금 폐지하거나 선택하게 해 달라”, “월급은 제자리인데 세금과 보험료만 오르니 이민을 가야겠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달리고 있다. 이처럼 서민 부담 경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
커지는 부담… 머나 먼 서민 복지
입력 2018-11-25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