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쿠자’ 경탄과 전율… 인간 한계를 넘다 [리뷰]

입력 2018-11-22 06:00
‘태양의 서커스: 쿠자’의 공연 모습. 손에 땀을 쥐는 9개의 액트와 생생한 라이브 음악, 화려한 분장 의상 무용 등이 결합된 종합예술을 보여준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곡예사가 등장하면 관객들은 숨을 죽인다. 기대감에 가득 찬 시선들이 오롯이 그를 향한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황홀경에 모두가 넋을 놓는다. 하나의 곡예가 마무리될 때마다 터져 나오는 박수와 탄성, 환호. 이내 찌릿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는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한국에 돌아왔다. ‘퀴담’(2007) ‘알레그리아’(2008) ‘바레카이’(2011) ‘마이클잭슨 임모털 월드투어’(2013) ‘퀴담’(2015)에 이은 6번째 내한. 이번 공연은 시리즈 중 가장 큰 규모와 현란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쿠자(KOOZA·사진)’로 국내 초연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내 야구장 인근, 노랑과 파랑이 어우러진 대형 천막이 들어서 있다. ‘쿠자’ 전용 공연장인 빅탑 ‘그랑 샤피토’다. 지난 3일부터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공연은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객석 2500석이 날마다 꽉 들어찬다. 지난 2주간 4만2000여명이 관람했고, 현재 예약 관객만 11만명에 달한다.

환상적인 볼거리는 물론이거니와 동심을 깨우는 스토리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순진무구한 외톨이 소년 이노센트가 화자로 등장한다. 이노센트는 짓궂은 괴짜 트릭스터가 만들어낸 세상을 여행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 내면의 두려움과 정체성을 깨달으며 진정한 힘을 얻는다.

‘쿠자’는 서커스와 광대극을 접목한 형태다. 이노센트의 탐험 여정이 9개의 액트(act)로 구현되는데, 좀처럼 지루할 틈이 없다. 각 액트 사이에 무대장치를 정비하는 동안 광대들이 등장해 유쾌함을 불어넣는다. 객석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도, 관객을 무대로 올려 골려먹기도 한다. “빨리빨리”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한국말도 곁들인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곡예가 시작되면 집중도는 한껏 고조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기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두 줄에 의지해 공중에서 현란한 동작을 선보이거나 여러 개의 의자로 쌓아올린 탑 위에서 태연하게 포즈를 취하는 식이다. 도움닫기를 해서 9m 상공으로 공중제비를 도는 퍼포먼스도 감탄을 자아낸다.

서커스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줄타기. 네 명의 곡예사들이 7.6m 상공에 설치된 가느다란 줄 위를 맨몸으로 오간다. 자전거를 탄 채로 줄을 타는 순간은 특히 아슬아슬하다.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휠 오브 데스’다. 두 명의 아티스트가 각각 연결된 두 개의 대형 바퀴를 회전시키며 위험천만한 곡예를 펼치는데, 그 파워풀함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태양의 서커스의 창시자 기 랄리베르테는 “서커스의 뿌리에는 두 개의 상반된 감정이 심어져 있다. 우리를 숨죽이게 하는 두려움과 눈물짓게 하는 경이로움”이라며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진 관객은 무대 위 놀랍고도 모순적인 인간의 구성 요소들과 마주하게 된다”고 했다. 공연은 일주일 연장돼 내년 1월 6일까지 이어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