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기 혼란 속… 법조계 무임승차한 ‘신성가족’들

입력 2018-11-24 04:03

김두식(51)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신작이다. 김 교수는 프롤로그에서 한국 법조인의 치부를 드러낸 전작 ‘불멸의 신성가족’의 제목을 인용해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은 “불멸의 신성가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뿌리를 탐구한 소박한 시도”라고 말이다.

그런데 몇 장만 읽어도 “소박한 시도”라는 문구는 저자가 자신을 낮추기 위해 쓴 겸양의 표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법률가들’은 한국 법조계의 뿌리를 파고들려고 작정하고 덤벼든 김 교수의 역작이다. 그렇다면 그 뿌리는 어디인가. 그가 조준한 지점은 해방 공간이다.

현재의 법조인 대다수는 사법시험 혹은 로스쿨 출신이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법조계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건너가 고등시험 사법과에 합격한 케이스, 조선변호사시험을 통해 변호사가 된 사람, 일제 치하에서 서기나 통역관으로 일하다가 법조인으로 거듭난 인물 등이 뒤섞여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이법회(以法會) 이야기다. 이법회는 1945년 8월 14일 시작된 조선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이 꾸린 단체인데, 회원들은 갑자기 해방이 되고 시험 감독관이 사라지자 다짜고짜 합격증을 달라고 요구해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법조계에 무임승차한 인물들로 이 엄청난 스캔들은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얘기였다.

모두가 알고 있고 짐작하듯이 해방 직후의 대한민국은 신산한 땅이었다. 법조계라고 예외일 순 없었을 터. 김 교수는 “학자라기보다는 탐정에 가까웠던” 태도로 이 책을 준비했다고 하면서 본문이 시작되는 지점에 이런 문장을 적어두었다.

“(해방 공간에서)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돌이킨 사람들은 예상한 것 이상의 불행을 맛보았고, 끝까지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한 사람들은 기대한 것 이상의 영광을 누렸다. 전반적으로 그런 시대였고 어느 누구도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