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노력] 노력, 그대를 속일지라도…

입력 2018-11-23 18:43
픽사베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이 시험을 치른 다음 날인 16일 SNS에 공개해 많은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수능 선물’ 저금 통장. SNS 캡처
우린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뭔가 속은 것 같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도 점점 어렵게 사는 사람도 있다. 똑같은 노력을 했는데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이루지 못한다. 이럴 때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열심히 안 해서’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자책한다. 정말 그럴까? 노력은 그동안 항상 정당한 결과를 가져왔을까?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낙담한 수험생, 전 재산을 털어 개업한 식당이 갈수록 어려워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십 곳에 지원서를 내고 합격통지를 기다리는 취업준비생 등…. 그동안 ‘최선을 다해라’ ‘절대 포기하지 마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공할 수 없는 ‘노력’의 배신을 경험한 이들은 이젠 노력이란 말만 들어도 싫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

지금 우리에겐 노력보다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말이다. 오직 한 가지 길밖에 없다는 믿음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조금만 고개를 들고 돌아보면 다른 길들이 있는데 이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처럼 잔인한 말은 없다. 그 목표를 포기할 수 없어서 인생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해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했음에도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용기의 심리학자’로 불리는 알프레드 아들러는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한 인정욕구를 과감히 포기하라고 말한다. 내가 아무리 잘 보이려고 애써도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다시 좋아하는 것도 그 사람의 과제일 뿐이라는 얘기다. 인간관계에서 내 영역이 아닌 부분은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 그것이 아들러가 말하는 ‘미움 받을 용기’이다.

시련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실수한 자신을 비난하고 책망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상처보다 자신이 헤집고 쑤시는 상처가 더 크고 깊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이번엔 못했지만, 다시 도전해야지’라며 스스로 격려하면 용기가 생긴다. 고난의 순간에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자신을 미워하고 책망하는 것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지금의 내 모습도 괜찮다고 여기며 살자. 가장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주자.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대로 지으신 우리 자신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자. 자신을 돌보는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살기보다 내가 만족하고 즐거울 수 있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타인의 요구가 내키지 않을 때는 ‘아니요’라고 말해보자.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의 저자 나폴레온 힐은 500명의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를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좌절과 역경 속에서도 항상 소중한 교훈을 찾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책에서 “앞으로 더 행복해지고 더 성공하려면 이 상황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오늘의 고민이 내일의 고민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씨에 따르면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괴로움의 시작이다. 보상은 언제나 노력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없을 수도, 노력한 것에 비해 큰 성과가 있을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괴로움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 반드시 이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괴로움의 시작이다. 보상은 언제나 노력한 양과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노력한 것보다 작게 혹은 더 크게 주어진다. 어쩌면 아예 보상이 없을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노력한 것에 비해 큰 성과를 얻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비난하지 말고 그 성과를 인정해주자. 그것은 나 역시 노력에 비해 큰 성과를 얻을 수도, 노력하지 않았는데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까.”(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중에서)

잘 생각해보면 노력이 항상 배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노력에 턱없이 부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노력에 과분한 결과를 주기도 한다. 대개는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만 속상해하고 마음에 담아 두어 노력의 배신만이 선명하게 남는다.

노력을 내려놓고 은혜를 선택하라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지난 16일 한 수험생이 엄마에게 받은 수능선물을 SNS에 공개해 많은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엄마가 수능 D-100일부터 1만원씩 모아 만들어 준 저금 통장이었다. 감동적인 것은 최대 7글자까지 적을 수 있는 입금메시지를 통해 딸에게 남긴 편지였다.

“수능 백일 파이팅. 수능 끝나고 놀아. 너는 빛나는 존재. 사랑스러운 우리 딸, 네가 선택하는 그 모든 것들이 너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그리고 행복한 너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길 바란다. 그러니 수능이 끝난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를 꼭 안고 토닥거리며. 그동안 고생했다. 괜찮다. 모두 다 괜찮다. 애쓰고 애썼다. 그걸로 충분하다. 사랑하는 예쁜 우리 딸 삶의 시작은 지금부터니까 하고 싶은 거 모두 다 하렴….”

이런 선물을 받은 자녀는 수능의 성패에 상관없이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이겨낼 마음의 힘이 생길 것 같다. 수험생들에겐 그 어떤 말보다 “참 애썼다”란 말이 힘이 되는 시간이다.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토닥여 주는 위로와 격려가 아닐까.

목회자들은 수험생들에게 노력에 대한 결과에 마음 졸이지 말고 하나님의 더 큰 계획을 기대하라고 말한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는 말씀을 기억하고 자신의 계획보다 자신을 향한 주님의 계획을 기대하라는 것.

성경에서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로 행할 때 평안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일이 전혀 힘든 노동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면 우린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노력 없이’ 성령의 인도에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이렇게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인 것이다.

“우리의 노력으로 사는 것과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사는 것은 전혀 다르다. 자기 노력이란 무슨 일이든 자신의 힘으로 해내려는 것이다. 이것은 영적으로 더 성숙해지려는 일에도 적용되고…무엇이든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하면 속으로 불안해하고 좌절하게 하는 힘든 노동처럼 느껴진다.”(샌드라 맥콜롬의 ‘죽기까지 노력했다’ 중에서)

우리가 주께 복종해 자신의 노력을 내려놓고 은혜를 받아들이면, 성령께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지혜를 주신다. ‘노력이 나를 배반할 지라도’ 마음의 중심을 하나님께 두면 노력이 힘든 노동이 되지 않고 은혜의 섭리가 될 것이다.

▒ 노력에 하나 더
수험생 가족을 위한 성경 말씀

“자신 없다”는 나약한 마음 생길 땐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라


부모의 사명은 자녀들이 홀로서기에 필요한 능력과 자신감을 발전시켜 나가는 동안 그들을 지원하고 돕는 것이다. 목회자들은 “부모의 기도는 자녀를 어느 대학에 합격시켜 달라는 내용이 아니라 자녀들이 달란트대로 쓰임 받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으로 바뀌어야한다”고 말한다.

디모데에게는 신앙의 할머니 로이스가 있었고, 사무엘에게는 기도의 어머니 한나가 있었다. 부모는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구체적으로 기도해야 한다. 다음은 목회자들이 권면하는 위로와 용기를 주는 성경 말씀이다. 말씀 묵상을 통해 주님의 뜻을 구해보자.



◎주님께 믿음을 고백하라(마 7:24∼25)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세운 사람과 같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앙 고백 위에 인생의 기초를 놓으면 아무리 비바람이 불고 홍수가 나도 끄떡없다.

◎눈동자와 같이 지켜주심을 믿으라(신 32:10∼12)

골리앗을 이긴 다윗도 어려움에 처할 때는 하나님께서 지켜주신다는 약속의 말씀을 굳게 붙잡았다. ‘자신 없다’ ‘할 수 없다’는 나약한 마음이 생길 때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자. 고난 중에 함께하시는 주님을 만나고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다.

◎성령으로 강하게 역사하심을 믿으라(행 27:34)

바울은 로마로 압송되어 가던 중 유라굴로라는 태풍을 만났지만 “믿는 자는 죽지 않는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태풍 속에서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이시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면 바울처럼 시련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