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반격에 나섰다.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결정을 정면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스모킹 건’(결정적 근거)이 된 내부문건에 대해 “(그룹 미래전략실) 보고문건이 아닌 내용 공유 차원의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회계처리는 회계법인과 논의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체적으로 찾은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문건은 향후 행정소송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증선위는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업이 증선위 결정에 반박 입장문을 내고, 증선위가 재차 입장을 발표하는 건 매우 이례적 일이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일 오후 홈페이지에 질의·응답(Q&A) 형식의 입장문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회계 이슈는 미국 엔론 사태 및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엔론과 대우조선 사건은 매출을 부풀리고 비용을 축소하는 식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시킨 사건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이와 달리 이번 건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변화가 없는 ‘숫자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판단을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회계처리가 잘못됐다는 근거로 에피스를 합작해 설립한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됐던 ‘거부권’을 꼽았다. 증선위는 거부권을 바이오젠의 ‘실질적 경영권’으로 해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애초 에피스를 지배하는 회사가 아니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거부권은 바이오젠의 방어권에 불과하고, 실질적 경영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스모킹 건’으로 지목된 내부문건에 대해서는 “단순히 회계 관련 이슈들을 파악하고 적합한 방안을 찾아가기 위한 논의 차원의 문건”이라고 해명했다. 고의 분식회계를 모의한 문건이 아니고, 당시 회의가 기밀 내용을 다루는 자리도 아니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장문이 공개되자 증선위도 이날 저녁 입장문을 냈다. 증선위는 “같은 내용을 이미 심의과정에서 충분히 들었다. 회사 소명과 함께 국제회계기준, 금융감독원의 방대한 조사내용, 증거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위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하기보다 상장실질심사 대응 등 투자자 보호에 성실하게 임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향후 검찰 수사 등을 감안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리 방어논리를 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선위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의 위원인 A교수는 “문건이 고의의 근거인지 아닌지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 같다”며 “어쨌든 2012년에 바이오젠과 맺은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공시는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감리위의 또 다른 위원인 B교수는 “회사 측 입장문은 지금까지 주장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속사정과 디테일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며 “소송이 끝날 때까지 안 알려질 것이기에 계속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성원 기자
삼바의 ‘반격’… 증선위 ‘발끈’
입력 2018-11-20 21:45 수정 2018-11-2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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