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관람객은 계속 느는데 중 게임 진출 교두보 우려

입력 2018-11-24 04:05
올해 지스타는 역대 최대 인원인 23만5082명이 방문했다. 각 부스에는 인기 BJ를 동원한 게임 방송과 다양한 게임 체험 공간 등이 마련돼 관람객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뉴시스
다양한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도 지스타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넷마블 부스 모델들이 세븐나이츠2 렌,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비월, KOF 야가미 이오리와 쿠사나기 쿄(왼쪽부터) 코스프레를 하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넷마블 제공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가 사상 최대 관람객이라는 성과를 남기고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게임이 문화의 한 축임을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해외 게임업체들의 입지가 점차 넓어지면서 국내 게임업체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숙제도 남겼다.

올해 지스타 관람객은 개막 첫날인 15일 4만1584명을 시작으로 토요일인 17일 8만6139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15∼18일 4일간 총 관람객 수는 23만508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22만5683명보다 4.1% 늘어나 역대 지스타 중 가장 많은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지스타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전시장은 오전 일찍부터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벡스코 제2전시장에 마련된 BTB관을 찾은 유료 바이어도 지난해보다 약 8.1% 늘어났다.

지스타 관람객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은 게임이 특정 세대를 넘어 보편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스마트폰 도입으로 손쉽게 게임을 즐길 환경이 마련되면서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게임 인구가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보는 게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스타의 흥행이 1인 방송을 하는 BJ들에 의해 좌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배틀 로열’ 장르의 대표 주자인 포트나이트와 배틀그라운드 부스에서는 유명 BJ가 직접 대전을 벌이고 이를 지켜보는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넥슨은 대도서관·울산큰고래를, 넷마블은 이설·보물섬·더블비 등 유명 BJ를 동원해 인기몰이에 나섰다. 트위치, 아프리카TV 등 게임 방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도 지스타에 부스를 마련하고 게임 방송 알리기에 열중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23일 “과거에는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관람객을 끌어모으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BJ들이 흥행 카드로 등장했다”며 “게이머들에게 유명 BJ는 연예인 이상의 인기”라고 설명했다.

e스포츠 열기도 점차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트나이트, 배틀그라운드뿐만 아니라 EA 챔피언스컵 윈터 2018에도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게임업계에서도 게임 방송 시장이 커지는 게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게임에 관심이 있어야 게임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이들이 직접 게임을 하는 사용자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게임쇼를 표방하는 지스타의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지스타의 메인스폰서는 외국 업체인 에픽게임즈였다. 외국 업체가 지스타 메인스폰서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 업체의 참여는 지스타가 글로벌 게임쇼로 커나가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에픽게임즈가 지스타 전면에 나선 것은 최근 국내에 출시한 포트나이트를 띄우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배틀그라운드가 장악하고 있던 국내 배틀 로열 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에픽게임즈는 최근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국내에 친숙해진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프랫을 내세운 광고를 내보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중국 업체 텐센트가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다.

‘소녀전선’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끈 중국 게임사 XD글로벌도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에란트’ ‘캐러밴스토리’ ‘얼티밋스쿨’ ‘교향성밀리언아서’ 등을 공개했다. 모바일게임 ‘붕괴 3rd’의 개발사 미호요도 올해 처음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을 맞았다. 지스타에 참가한 일부 게임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지스타가 중국 게임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 교두보가 된 것 같다”는 우려도 나왔다.

국내 업체에선 넥슨, 넷마블 정도가 신작을 공개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스타는 신작 게임을 선보이는 데뷔 무대로 주목받았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넥슨은 퍼즐 어드벤처 게임 ‘네 개의 탑’ 등 10여종의 신작 게임을 선보였다. 넷마블은 배틀 로열 장르를 접목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A3를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전반적인 신작 기근 현상은 최근 국내 게임업체들이 처해 있는 위기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탓에 정부가 게임을 산업으로 인식하고 지원해 주기보다는 규제에만 몰두해 게임업계가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자본력을 앞세운 텐센트 등 중국 업체가 국내 게임업체들의 노하우를 빨아들였고 최근에는 국내 게임보다 우수한 양질의 게임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구글플레이 상위권에 있는 게임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만든 게임이라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여서 중국 업체들의 해외 시장 공략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 게임 수출 규모는 39억 달러(약 4조3000억원)에 달했다. 방송, 영화 등 전체 콘텐츠에서 단연 수출 1위다. 올 상반기 게임 수출 비중은 전체 콘텐츠에서 62%를 넘었다. 하지만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혀 있는 데다 국내 시장은 해외 업체들에 점차 잠식당하는 상황이라 게임업체들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수출 효자로 인정받지만 한편으론 게임 중독 등으로 특히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편견 때문에 게임업계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5G,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게임”이라면서 “부작용에 대한 부분은 고민하며 해결해야겠지만 게임산업 발전 자체는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