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인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큰은혜교회(이규호 목사) 3층 새가족실에 임모(35·여)씨가 쭈뼛쭈뼛 들어왔다. 모태 신앙인 그는 10년간 교회를 떠나있었다. 평소 산책하며 교회 앞을 지나곤했는데 이날은 마음속에 죄책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임씨의 고백을 동갑인 새가족반 팀장 이란희(35·여)씨가 들어줬다.
큰은혜교회는 청년이 많이 찾는 교회다. 청년 성도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청년을 위한 새가족반 운영을 들 수 있다.
교회는 장년과 청년, 대학생으로 새가족반을 나눴고 모든 청년 새가족반의 리더와 스태프를 청년으로만 구성했다. 4주간 교육이 끝나면 새신자의 선호에 따라 5∼10명의 소모임인 셀에 소속되니 교우 관계가 깊이 형성된다. 신혼부부를 위한 셀 모임도 있다. 원하면 셀을 바꿀 수도 있다.
이날 새가족반 리더들은 임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쫑긋 세웠다. 환대를 받은 그의 표정도 밝아졌다. 임씨는 “어딜 가도 동갑내기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사람들이 친근하게 대해주니 반갑고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올해 교회에 등록한 청년 새신자 165명 중 156명(94.5%)은 새가족반 교육을 이수했다. 셀리더인 송호은(28·여)씨는 “교회를 찾아오는 새신자를 웃음 짓게 만드는 일이 내 임무”라며 “그들이 다시 교회에 올 수 있도록 친절하게 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성용 부목사는 “우리 교회에는 텃세가 없다”며 “매주 새가족이 찾아오고 이들이 반드시 셀과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새가족반에서부터 교회의 사역을 소개한다. 전 교인이 참여하는 여름 국내 선교와 겨울 해외 선교, 거의 매주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탄과 쌀 나눔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가감 없이 안내한다. 새신자로서 부담을 느낄 법하지만 반응은 의외였다. 임씨는 “교회의 지역사회 섬김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하나님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이 교회를 찾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도 교회 대학생 150여명은 낙성대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형성된 지역 상권인 ‘샤로수길’을 청소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한 손에는 집게, 한 손에는 봉투를 들고 스스럼없이 쓰레기를 주어나갔다. 대학생 새가족반 4주차인 박하민(25)씨는 “얼떨결에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면서도 “혼자라면 이런 봉사를 하기 힘들 텐데 함께하니 뿌듯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거리 청소는 하지만 전도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청년예배 참석자 수는 이규호 목사가 부임한 2007년 50명에서 현재 750명으로 늘었다. 재적 성도 수는 1만3000여명, 그중 청년은 1250명이다. 이 목사는 “오늘날 청년세대는 평생 교회를 모르고 산 이도 많기에 전도가 아닌 선교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들의 문화 속에서 그들과 같은 언어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우리교회 새신자반을 소개합니다] 관심 있는 ‘셀’에 소속돼 깊은 교우 관계 형성
입력 2018-11-29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