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공익위원들 “해고자와 실업자도 노조 가입 허용” 권고

입력 2018-11-21 04:00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위원회 박수근(왼쪽 두 번째) 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1차 논의 결과와 공익위원 권고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이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놨다. 공무원·교원 노조 가입 대상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권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사안마다 노사 이견이 커 남은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20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관계 제도 개선에 관한 공익위원 의견’을 운영위원회에 제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익위원안의 핵심은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 가입·활동을 막고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이다. 공익위원들은 “ILO 협약과 상충될 여지가 있어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 내용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노조 가입 범위 확대를 통해 노동기본권 강화를 주장해 온 노동계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ILO 역시 제87호 협약을 근거로 한국에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폐지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실제 근무하지도 않는 사람과 근로조건을 논의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익위원들은 “비종업원인 조합원의 노조 활동이 기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지만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고려대 박지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권고안에는 공무원과 교원 노조 가입 대상을 확대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공무원 노조의 경우 현재 6급 이하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직급제한 규정을 삭제토록 했다. 5급 이상 고위 공무원도 노조에 가입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소방공무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정책 결정 권한이나 업무분장·인사 등 감독 권한을 지닌 공무원은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대학 교수 등 고등교육법상 교원도 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공익위원들은 공무원·교원 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는 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로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전교조는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했다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경우”라며 “퇴직자와 해고자는 법률상 지위가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들의 권고안이 나왔지만 갈 길은 멀다.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 관련 사항도 추가로 다뤄야 한다. 경사노위는 늦어도 내년 1월까지 논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후 경사노위 내 운영위원회, 본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국회 절차도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노사정이 모두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1차 논의에서도 노동계 위원과 경영계 위원들이 의견차를 보여 공익위원들만 권고안을 내는 데 그쳤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