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詩 인생 활판 시집에 담았어요

입력 2018-11-21 00:03
문현미 시인이 최근 충남 천안 백석대학교 산사현대시100년관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한국문학인상’을 수상한 문현미(61·백석대 어문학부 교수) 시인이 지난 20년 동안 출간한 7권의 시집 가운데 100편의 시를 골라 담은 활판 시선집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시월)를 최근 펴냈다. 활판시집은 한지에 식자공들이 옛 인쇄방식대로 활자를 새겨 찍어낸 책이다.

최근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만난 문 시인은 “20년의 시 인생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기 위해 시선집을 출간했다”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좋은 시’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방법은 무엇인지 계속 자문했다”고 말했다.

“좋은 시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순수 서정시든, 시대를 앞서간 실험시든, 현실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즘 시든 간에 시는 사람에게 읽혔을 때 깊은 울림을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시와 삶은 분리될 수 없는 거예요. 그렇기에 시인이 좋은 삶,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야 결국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근본적으로 시는 노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집 제목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는 ‘사막에서’의 한 시구이다. ‘현을 켜다’라는 것 역시 음악성과 연관돼 있다.

“‘바람의 뼈’는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바람은 흩날리는 바람, 우리가 소망하는 바람이란 이중적 의미를 가졌어요. 가장 바라는 것을 가지고 노래한다는 의미이죠. 시는 입에서 읊조리고 노래로 불려 져야한다고 생각해요.”

그의 소망대로 그의 시어들은 노래로 만들어져 대한민국대학합창제 무대에 올려졌다. 그는 자신의 시어들이 언젠가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따뜻한 눈물로 희망으로 스며들기를 바란다. 시가 세상을 더 따듯하게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시 한 편이 지구를 들어 올릴만한 힘이 있다고 여긴다.

“세상에는 분노가 참 많아요. 상처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시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시가 하나의 기도처럼 사람들의 가슴에 스며들어 세상이 따뜻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는 시가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며 시의 대중화와 일상화를 위해 활동해왔다. 그는 도서관장, 산사(山史)현대시100년관장, 보리생명미술관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시100년관 주관으로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시 영혼을 노래하다 시인 육필전’과 시낭송대회 등을 열었다.

“산사 김재홍 교수가 기증한 시 관련 콘텐츠를 전시하는 현대시100년관은 천안시티 투어의 명소로 소개되고 있어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어요. 이곳을 통해 시가 대중화되고, 일상화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그는 1998년 계간 ‘시와 시학’을 통해 등단한 후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로 박인환문학상(2008년)과 한국크리스천문학상(2011년)을,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2012년)으로 시와 시학 작품상을 받았다. 독일 본 대학 한국어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99년부터 백석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20년 동안 ‘은유의 날개’로 강을 건너온 그는 시의 대중화를 위해 또 다른 시간을 준비하는 듯했다.

천안=글·사진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