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위치한 A고시원 방 하나 면적은 약 5.7㎡, 평수로는 1.7평에 불과하다. 샤워실과 변기가 들어간 ‘미니 화장실’을 빼면 실제 쓸 수 있는 면적은 1평(3.3㎡)을 조금 넘는다. 전형적인 ‘생활 고시원’이다. 이런 방이 층당 7개씩 있다.
하지만 A고시원이 구청에 제출한 도면은 이와 다르다. 도면상으로는 층당 방이 4개씩 있다. 방의 면적은 실제의 2배인 10㎡, 평수로는 3평 정도다. 각 방에는 창문도 달려 있다. 소방청에 제출한 실제 도면과는 거리가 멀다. 고시원업 허가를 빨리 받기 위해 이뤄지는 이른바 ‘도면 바꿔치기’는 A고시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제재할 방법이 없다.
교도소나 구치소 독방 수준보다 못한 고시원의 열악한 주거 환경은 허술한 법망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안전 관련 법체계가 전무하다시피 하고, 시설업자와 브로커들의 ‘도면 바꿔치기’ 등의 편법을 제대로 막을 수단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도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고시원의 각 실 면적은 절반 이상인 50.6%가 14㎡(약 4평) 미만이다. 채 6.5㎡(약 2평)가 되지 않는 곳도 19.7%에 달했다. 사고가 났던 국일고시원의 방 면적 역시 약 1.5평으로 서울구치소 독방과 비슷했다.
구치소 독방 수준의 방이 탄생한 건 ‘방 쪼개기’ 방식 때문이다. 현행 건축법상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경계벽을 늘리거나 해체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고시원은 분류상 주택에 해당되지 않아 예외다. 다만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소방서에 신고만 하면 된다.
이 때문에 업주는 일단 지자체에 큰 방의 도면으로 신설 준공검사를 받은 뒤 다시 다른 도면으로 소방필증을 받아 세무서 신고를 마무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구청에서 허가를 받은 뒤 ‘방 쪼개기’에 나서는 셈이다. 한 현직 공무원은 19일 “고시원으로 이미 신고돼 있는 상황에서는 내부 칸막이로 방을 쪼갠다고 해도 지자체 허가나 신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놓고 ‘1평짜리’ 방을 신고한다 해도 일선 공무원들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행법상 고시원의 경우 지하 설치 금지, 복도 폭 1.5m 이상, 창문이 있는 2층 이상에는 난간이나 추락방지시설 설치 정도가 규제의 전부다.
수도권의 한 시청 공무원은 “한 방의 면적을 1평도 안 되게 만들어 들고 오는 업자들과 다퉜던 적도 있다”면서 “공무원들이 보기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면 허가를 반려하거나 지연할 수 있지만 행정소송이 걸릴 경우 거의 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마련한 안전 가이드라인은 정부의 규제철폐 방침에 폐지됐다. 수원시는 2012년 6월부터 방마다 평수를 15㎡(약 4.5평) 이상으로 하는 고시원 건축 가이드라인을 전국 최초로 제정해 시행했지만 박근혜정부 때 규제 사례로 지목돼 이를 없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주거급여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지역에 따라 1인 가구 기준 2만9000∼5만3700엔(약 29만∼54만원·2014년 기준)의 주거급여를 15㎡(약 4.5평) 이상 거주하는 빈곤층에 지급한다. 최은영 도시연구소 소장은 “지나치게 질 낮은 곳에 살면 아예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해 자연스럽게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이주하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단독] 4개→ 7개 방 쪼개기… 교도소보다 좁은 고시원의 비밀
입력 2018-11-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