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어린이집 늘린다지만… “근무환경 개선 시급”

입력 2018-11-20 04:00
비리 사립유치원 사태 등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공립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더 짓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부모들 사이에선 국공립 보육·교육시설 확충이 최선의 대안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맞벌이 부부가 장시간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구조 등 국공립도 한계가 있어서다. 국공립이 좋다, 민간이 좋다를 따지기보다 교사 근무환경 개선 등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내년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을 정부 제출안에서 39억7700만원 늘려 725억3700만원으로 결정했다. 현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신설에 국민연금 기금까지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공립어린이집 100개 확충’을 약속하는 등 국공립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민간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한 부모는 19일 “엄마들끼리 ‘국공립 백날 늘려봤자 뭐가 달라지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조카가 국공립에 다니는 걸 보고 오히려 민간을 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모는 “교육을 하는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보육 중심이므로 선생님을 잘 만나는 게 중요하다”며 “어린이집 원장이나 교사의 평판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이 아이 돌봄에 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국공립에서 입학원서를 쓸 때 부모들은 아이 하원이 가능한 시간을 확인받는다. 오후 7시30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교사 눈치를 보는 게 부지기수다. 한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는 “어린이집 일이 워낙 많다보니 늦게까지 아이가 남아 있으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국공립어린이집에선 자격증 미보유자인 ‘보육교사 도우미’들이 교사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한 전직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는 “정교사가 바쁘면 보육교사 도우미가 사실상 선생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이렇다보니 정원을 채우지 못한 국공립어린이집도 많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 3456곳 국공립어린이집 중 78%인 2713곳이 미달 상태다. 김 의원은 “국공립어린이집 보육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보육 전문가들은 국공립이든 민간이든 교사의 질 확보와 근무환경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본부장은 “보육교사 양성 과정에서부터 교사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진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어린이집 교사 문제는 2015년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교사 개인의 일탈이란 시각에서 (교사의 근무 환경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시각이 바뀌었다”며 교사들의 처우 개선을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