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문제, 아이들 입장에서 해결책 찾아야”

입력 2018-11-19 18:44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 사무국장은 앞서 1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국내 아동인권 현황에 대한 민간 보고서를 제출했다. 최현규 기자

“사립유치원 사태를 어른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제대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여러 차례 힘줘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노키즈존과 ‘맘충’ 논란, 소년법 폐지 청원, 이란 난민 중학생 등 아동인권 관련 이슈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정작 아이의 입장에서 제대로 해결된 건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이런 내용의 민간보고서를 제출한 정 사무국장을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7년마다 국내 아동인권의 현황을 담아 제출하는 민간보고서는 올해도 58쪽 분량을 꽉꽉 채웠다. 정 사무국장은 “정해진 분량 안에 필요한 내용을 모두 욱여넣느라 혼났다”면서도 “결국은 모든 주제에서 국가의 책무성을 반복해 언급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논의 과정에서는 아동인권에 대한 국가의 태도가 ‘무관심’과 ‘무책임’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는 “노키즈존과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아동을 향한 혐오나 차별은 일부 측면에서 악화됐다”며 “국가는 이런 사태를 수수방관해 왔다”고 강조했다.

정 사무국장은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대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어른의 관점에서만 문제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른들은 책임자들을 징벌하는 데 초점을 두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아이들이 다니기 좋은 유치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유치원의 운영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사무국장은 “유치원마다 아이와 부모, 교사들이 모두 참여해 유치원 운영방향을 논의하고 협력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아이들 입장에서 좋은 유치원인지 계속해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이런 취지에서 내년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유시민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유시민 프로젝트는 ‘유아 시민성 교육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아이들도 유치원 운영에 직접 주체로 참여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시작 예정이었던 이 프로젝트는 사립유치원 사태가 커지면서 미뤄졌다.

정 사무국장은 “아동인권에 대한 여러 논란을 아이들도 다 보고 듣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이 울분을 간직한 어른으로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