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금 골드바·가짜 사업장… P2P 업체끼리 공모 정황도

입력 2018-11-19 18:48 수정 2018-11-19 21:41

P2P(개인 간) 대출업체인 ‘폴라리스펀딩’은 골드바를 금융상품 담보로 앞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1㎏ 골드바 123개와 보증서를 믿고 427명이 5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골드바는 도금한 쇳덩어리였다. 보증서도 가짜였다. 폴라리스펀딩을 운영했던 권모(26)씨 등은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8000명의 피해자를 낳은 ‘루프펀딩’은 경기도 포천시, 경북 예천군에 있는 허허벌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이라고 속였다. 직원이나 친구를 가짜 차주(돈을 빌려 쓴 사람)로 내세워 투자자금을 모은 업체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P2P 연계대부업체 20곳에서 사기·횡령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경찰에 수사 정보를 제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P2P 연계대부업자 178곳을 실태 점검한 결과다. 9곳 중 1곳꼴로 문제가 적발됐다.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는 루프펀딩, 폴라리스펀딩, 아나리츠도 포함됐다. 금융 당국은 유용한 투자금이 최소 1000억원 수준이고 피해를 본 투자자는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한 P2P 업체 임직원은 여러 업체를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사기행각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들끼리 공모한 정황도 포착됐다. 아나리츠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은 사기 전과를 숨기려고 가명과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업체들은 부실을 숨기려고 ‘돌려막기’를 일삼았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투자금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자기자금이나 다른 사업의 자금으로 연체대출을 대납했다. 건당 6∼10%의 높은 이율을 준다고 투자금을 모은 뒤 업체 대표가 달아난 사례도 있다.

금감원은 P2P 대출업계 2위인 피플펀드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과거 피플펀드가 취급했던 상품 ‘트렌치’가 도마에 올랐다. 트렌치는 여러 개의 개인대출채권을 묶어서 파는 구조화 상품이다. 그런데 동일한 채권을 여러 상품에 중복으로 담보를 잡았다. 실제 채권의 가치보다 투자금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태가 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출시되는 트렌치 관련 상품에 이런 위험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페이는 피플펀드와 제휴를 맺고 카카오톡으로 P2P 투자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플펀드 관계자는 “지난 9월 금감원 지적을 받은 후 중복 담보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며 “현재 취급되는 상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는 이어지고 있지만 P2P금융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고 올 법률은 없다. 현행 대부업법으로는 P2P업체(플랫폼) 관리가 불가능하다. P2P 대출 가이드라인은 강제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P2P업체를 직접 규제할 법의 제·개정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국회에 관련법이 계류 중이다.

금감원은 투자자의 ‘옥석 가리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현재로선 피해 발생 시 개별 소송 말고는 대처법이 없기 때문이다. P2P 연계대부업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됐는지를 확인하고, 높은 이율 등 과한 보상 지급을 강조하는 곳은 유의해야 한다.

PF 사업 등에 대한 대출만기연장·재투자 상품은 ‘돌려막기’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20곳 외에 다른 업체는 모두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닌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