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들이 느끼는 ‘직장갑질’ 지표가 최초로 공개됐다. 직장인 10명 중 3∼4명은 직장갑질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부분 갑질이 법을 준수하지 않았다. 노래방·회식 강요 등 한국적 악습이 반영된 갑질, 퇴근 후 SNS 업무지시 등 디지털 시대에 따른 갑질도 만연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한국의 직장갑질 평균지수는 35점이다. 100점 만점인 직장갑질 지수는 높을수록 갑질도 심하다. 책임감수자인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35점은 결코 낮지 않다”며 “직장인 10명 중 3∼4명은 갑질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는 “정상적인 사회라면 0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년간 제보된 2만2810건의 사례를 모아 전문가 자문·토론을 거쳐 총 10개 영역, 68개 문항의 ‘갑질측정 지표’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전문조사기관 마크로빌 엠브레인에 의뢰해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영역별로는 ‘승진·해고 등 인사문제’(38.2점)가 가장 문제였다. ‘채용 및 노동조건’(37.1점) ‘출산·육아’(36.9점) ‘차별 및 괴롭힘’ ‘건강 및 안전’(35.8점)이 뒤를 이었다.
문항별로는 40점을 넘어 심각 수준인 직장갑질이 68개 중 17개였다. ‘취업정보사이트 채용정보와 실제가 다름’(47.1점)이 가장 높았고, ‘원치 않는 회식문화’ ‘체육대회·MT 행사 강요’(40.2점) ‘업무시간 외 SNS로 업무지시’(40.1점) 등도 점수가 높았다.
민간 대기업(평균 37.5점)이나 외국계 대기업에서도 갑질지수가 높게 나왔다. 특히 외국계 대기업은 전체 68개 갑질 지표 중 12개가 50점을 넘었다. 김 부소장은 “일부 화장품 대기업은 매년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여직원들에게 장기자랑을 시킨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날 직장인들이 본인 회사의 갑질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웹사이트 ‘우리회사 갑질지수 측정기’도 공개했다. 또 12월에는 업종별 갑질지수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부실 채용정보·회식·MT 강요… 가장 흔한 한국형 ‘직장갑질’
입력 2018-11-19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