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12)]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입력 2018-11-20 00:03

“통일은 긴 여정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인들은 바로 지금 북한을 품고 평화와 화해의 사도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김병로(사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18일 서울 서초구 남서울교회(화종부 목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통일을 위한 기독교인의 역할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그는 “한반도에 불고 있는 평화의 기회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통일로 가는 첩경”이라며 “가시적 결실로서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혼란은 평화협정을 맺은 후 남한 사회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라며 “선언적 평화가 지닌 한계”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통일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통일이 어떤 방법으로 한반도에 다가올지 지금부터 교육하지 않으면 통일의 목전에서 새로운 갈등을 맞이해 좌초되기 쉽다”면서 “통일의 때는 아직 멀지만 ‘당장 내일’ 가시적 통일이 올 수 있다고 교육해야만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용하는 걸 분별하게 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분단에서 통일까지의 단계를 10으로 봤을 때 지금은 4단계까지 도달했다고 본다”며 “기독교인들부터 깨어 있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교육과 함께 철도와 도로를 대륙으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통일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려면 교육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육로로 러시아와 중국에 갈 수 있다면 ‘실체적 통일’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2층 고속도로’ 등 북한을 관통하는 방법에 대한 구상은 상당히 진척돼 있다”면서 “통일 이전이라도 북한을 관통해 대륙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탈북자들과의 인터뷰에 근거해 북한 기독교인이 7만명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중 절반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파악하고 있는 기독교인이고 나머지는 ‘남은 자’들로 지하교회 교인들이라 했다. 남은 자들은 분단 전에 신앙생활을 하던 가정의 후손들을 말한다. 그는 “지하교인이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논란은 불필요하다”면서 “이제 북한의 기독교인들을 어떻게 만나 함께 신앙생활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서울교회 장로인 김 교수는 교계의 통일전략 싱크탱크인 한반도평화연구원(KPI) 부원장도 맡고 있다. 1993년 남북나눔운동 산하에 연구위원회가 출범할 때부터 위원으로 참여해 기독교의 통일 전략을 짜 왔다. 5년 전 12개 교회가 연합해 개설한 ‘통일선교아카데미’에서 기독교인 대상의 통일교육도 하고 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