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포 쏘아 댄 김재환, ‘약물 꼬리표’ 떼고 MVP

입력 2018-11-19 19:06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KBO 어워즈’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김재환(왼쪽·두산 베어스)과 신인상 수상자인 강백호(KT 위즈)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뉴시스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약물 오명을 극복하고 2018시즌 한국프로야구(KBO) 최고의 선수로 이 꼽혔다. 신인왕 타이틀은 강백호(KT 위즈)가 이변 없이 차지했다.

올 한 해 빼어난 기량을 선보인 선수들에게 상을 주는 2018 KBO 어워즈가 19일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개최됐다. 김재환은 투표에 참여한 111명의 야구기자들 가운데 51명에게 1위 표를 받으며 888점 만점에 총 487점을 차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2위에는 같은 팀 동료 투수인 조쉬 린드블럼(367점)이, 3위에는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262점)가 자리했다.

김재환은 올 시즌 타석에서 화려한 기록을 썼다. 홈런 44개, 타점 133점으로 홈런상과 타점상을 거머쥐었다. 이외에도 득점(104점·8위)과 안타(176개·6위), 장타율(0.657·2위) 등에서 고루 활약해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영광의 자리에 선 김재환은 그러나 자신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약물 문제를 의식한 듯 신중히 말을 골랐다. 김재환은 2011년 파나마 야구월드컵 국가대표에 선발됐을 때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적발돼 징계를 받은 바 있다. MVP 선정을 앞두고 약물 파동에 연루된 김재환에게 상을 수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김재환은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을 더 무겁게 가지고 가겠다. 앞으로 더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옛 잘못을 언급할 때에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도 김재환은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김재환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후회했다”며 지난날을 뉘우쳤다. 그는 “(시상 전) 워낙 이야기가 많았던 만큼, 그것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많은 사람들과 약속하는 차원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고 밝혔다. MVP 부상으로 받은 차량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고졸 루키' 강백호는 555점 만점에 514점을 받으며 절대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기대를 받은 22년 만의 만장일치 신인상은 다음으로 미뤄졌지만, 만화 ‘슬램덩크’ 주인공과 같은 자신의 이름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2위 김혜성(넥센)은 161점, 3위 양창섭(삼성 라이온즈)은 101점에 그쳤다.

서울고 시절부터 두드러진 재능으로 이름을 알린 강백호는 신인 드래프트 2차에서 1순위로 KT에 지명됐다. 강백호는 3월 프로 데뷔 첫 출전이었던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부터 홈런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올 시즌 138경기에 나서 타율 0.290에 고졸 신인 최다 홈런 신기록인 29홈런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강백호는 “데뷔전에서 홈런을 쳤던 느낌이 아직까지 생생하다”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열심히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