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신앙] 한 손에는 기타, 한 손에는 십자가

입력 2018-11-21 00:00
기타리스트 장형섭씨(오른쪽)와 딸 하은씨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감미로운 기타 곡을 연주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달 하은씨가 아버지와 함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고아원에서 공연하고 봉사활동을 벌이는 모습. 장형섭씨 제공
기타리스트 장형섭(61·서울 양문교회 집사)씨의 가족은 ‘기부천사’로 불린다. 틈날 때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선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힘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장씨 가족은 나눔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장씨는 “역경 가운데 하나님을 믿고 나니 모든 것이 감사한 일 뿐이었다. 나눔 활동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었던 것은 청지기 마인드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청지기란 주인 대신 관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재정도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겨 주신 것이라는 기독교정신입니다.”

장씨는 외환위기 때를 떠올렸다. 기타 학원을 운영해 번 돈으로 카페를 차렸다. 사업은 잘 풀리는 듯했다. 한데 일이 터졌다. 사업을 확장하려다 크게 손해를 봤던 것이다. 부도가 났고 집까지 팔았다. 숲 속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야했다.

“아이들은 개울가에서 고기를 잡고 놀던 행복한 시절로 기억해요. 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니 어릴 때 출석했던 교회가 생각나더군요.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거든요.”

그는 이 일을 통해 신앙의 첫사랑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간증했다.

“기도 중에 하나님이 깨달음을 주셨어요. 뭐냐고요? 하나님이 제게 ‘열심히 해서 망했으니 이제부터 거꾸로 해라’라고 하셨어요. 근심하지 말고 하나님만 의지하고 나아가라는 강한 믿음을 주신 것입니다.”

그는 다시 일어섰다. 기타 독주회를 열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캄보디아 시소폰대, 부산 칼빈신학교 교수로 활동했다. 그의 옆에는 역시 기타리스트인 아내 이현주(49)씨와 딸 하은(22·한국예술종합학교)씨, 아들 하진(21)씨가 함께 한다.

장씨의 가족은 국내 최초 가족 기타연주단인 ‘필로스 기타 콰르텟’(4중주 밴드)이다. 정통 클래식 기타 연주는 물론 재즈 락 플라멩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연주요청이 쇄도했다.

“격언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기타 하나로 가족끼리 뭉쳤어요. 그랬더니 안 되는 일도 잘 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이 바로 가족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씨는 음악이 전하는 힘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바쁜 일정에도 군부대, 교도소 등 소외이웃을 위해 재능기부 음악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중국과 캄보디아 등으로 해외봉사활동도 떠난다. 특히 문화소외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희귀병을 앓는 어린이를 위한 단체도 후원한다.

하은씨는 탁월한 연주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SBS ‘스타킹’ tvN ‘코리아 갓 탤런트2’ KBS ‘7080콘서트’ YT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등 다수의 TV프로그램에 출연, 카리스마 넘치는 기타실력을 선보였다. 각종 상을 휩쓸었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독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은씨는 “아버지를 따라 기타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신 예수님을 닮고 싶다. 제가 검정고시 출신이라 그런지 청소년 돌봄 사역에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 가족의 가훈은 잠언 14장 27절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은 생명의 샘이라 사망의 그물에서 벗어나게 하느니라”이다. 기타 악기를 통해 청소년의 인성을 바르게 키워 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게 장씨 가족의 작지만 큰 꿈이자 소망이다.

“저희 가족은 한 손에는 기타, 한 손에는 십자가를 들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널리 전할 것입니다. 필로스(Philos)는 포괄적인 사랑을 의미해요. 하나님이 주신 사랑을 어려운 이웃과 나눌 때 그것이 바로 올바르게 사는 삶과 신앙이 아닐까요.”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