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트위터 계정 주인을 아내로 단정한 스모킹 건이 참 허접하다.”(이재명 경기지사)
“스모킹 건은 따로 있다. 차분히 기다려 달라.”(김혜경(사진)씨 고발 이정렬 변호사)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의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은 무엇일까. 경찰 관계자는 18일 “스모킹 건 질문을 많이 받지만 판단 근거나 증거 자료를 확인해줄 수 없다”며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문제의 트위터 계정(@08__hkkim) 주인으로 보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19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 측은 “정황과 의심만으로 수사를 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계정과 관련된 4만여건의 글을 분석한 경찰이 계정 주인을 김씨라고 판단한 근거는 몇 가지 정도 가늠이 된다. 2013년 5월 18일 이 지사는 트위터에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의 영정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는데 다음 날 낮 12시47분에 문제의 트위터 계정이 해당 사진을 리트윗했다. 이어 13분 뒤엔 이를 캡처한 사진이 김씨의 카카오스토리 계정에 올라왔다. 사진이 캡처된 시각은 똑같이 12시47분이었다. 2014년 1월 15일 오후 10시40분에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 지사의 대학입학 사진은 10분 뒤 문제의 트위터 계정에 캡처됐고, 10분 뒤엔 이 지사의 트위터에도 게재됐다.
이에 대해 김씨 측 나승철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 결과는 전적으로 추론에 근거하고 있다”며 “김씨에게 유리한 증거는 빼고 불리한 증거만 발췌해 기소의견을 만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고 이를 캡처해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것이 증거라는 건 터무니없다”고 반발했다.
트위터 계정의 입력 수단이 2016년 7월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아이폰으로 바뀌었다는 점과 김씨의 휴대전화 교체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도 유력한 근거다. 하지만 김씨는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아이폰 모두 현재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고발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후 전화번호와 단말기를 모두 바꿨다는 것이다. 전화번호가 공개되면서 욕설 전화·메시지가 쇄도했다는 게 이유지만 증거인멸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지사 측은 “도정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사실이라면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검찰 수사가 남아 있고, 법원의 확정판결 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사직 수행에 큰 문제는 없는 셈이지만 잡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보다 큰 꿈을 그리고 있는 이 지사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이 지사는 16일 북한 인사들과 함께한 행사를 마친 뒤부터 이날까지 이틀째 두문불출하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경찰 “증거 제시할 것”… 김혜경씨 19일 檢 송치
입력 2018-11-18 18:07 수정 2018-11-18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