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 사태에 공식 논평조차 내놓지 못하는 민주당

입력 2018-11-19 04:00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2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운영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문제의 트위터 계정 주인이라고 결론 내리고 기소 의견으로 19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뉴시스
충격과 당혹. 경찰이 패륜적 막말을 쏟아낸 트위터 ‘혜경궁 김씨’의 계정 주인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지목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여당 소속 핵심 광역단체장의 부인이 같은 당 소속 전·현직 대통령을 모욕하고, 세월호 참사까지 조롱한 트위터 사용자라는 게 경찰의 결론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경찰 수사를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채 공식 논평조차 내놓지 못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사자(이 지사 부부)가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경찰도 확증을 얘기한 게 아니라 정황증거를 제시한 것 같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19일 최고위원회에서 논의가 될 것”이라면서 “검찰의 판단 여부를 봐야 할 것 같고, 법원 판단 이전에라도 여러 내용이 밝혀지면 (당에서 징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해찬 대표도 이 지사 출당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대변인이 다 말했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도 이 지사와 관련한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우선 사건 당사자인 이 지사 본인이 경찰 수사 결과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했던 김진표 의원은 “우리 당이 집권여당으로서 경기도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이 지사를 제명하는 등의 조치를 지금 해선 안 된다.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이 지사가 형사적으로 잘못했으면 처벌받으면 되는 것”이라며 “지금 인터넷 댓글은 사법적인 유무죄 판단보다는 반(反)이재명 여론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표창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 사용자가 김혜경씨라면 이재명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면서도 “법정에서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다”고 밝혔다.

혜경궁 김씨가 쏟아놓은 극언들이 악성 댓글 수준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내용들이라는 점도 민주당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 부인인 김씨로 확인될 경우 이 지사뿐 아니라 지방선거 당시 고발 사건으로 비화됐음에도 이 지사를 도지사 후보로 공천한 당에도 치명상을 남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을 분열시키고 진보 진영에 커다란 상처를 남길 공산이 크다.

하지만 법원 판결까지 기다릴 경우 논란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팬 카페 ‘문팬’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요구하며 “민주당은 이 지사가 스스로 탈당하지 않을 시 신속하게 출당 조치하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트위터 사용자 사이에서는 “박근혜도 억울하다고 난리인데 왜 탄핵했느냐?”며 ‘법원 판결을 기다리자’는 당의 유보적 입장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임성수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