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신흥국 금융 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당시의 불안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18일 ‘해외경제 포커스-과거 사례와 비교한 최근 신흥국 금융 불안의 특징’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신흥국의 주가(MSCI 신흥국지수)는 올해 2월부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달러화 강세로 급격한 약세 국면으로 전환해 지난달까지 23.4% 하락했다. 신흥국 채권에 대한 가산금리(미 국채 기준)와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은 같은 기간 각각 103.8bp(1bp=0.01% 포인트), 91.4bp 상승했다. 특히 신흥국 통화가치가 201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 파생상품이다. CDS프리미엄은 부도 위험을 회피하는 데 들어가는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다.
보고서는 이번 금융 불안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던 과거와 달리 심각성은 덜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신흥국 주가 하락 속도(월평균 변동률)는 -2.8%로 테이퍼 탠트럼 수준(-10.7%)보다 완만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대로 진행되면서 장기적 정책 불확실성은 낮게 유지된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가별로 금융 불안 편차가 크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취약국들은 테이퍼 탠트럼 때와 비슷한 수준의 금융 불안을 보였다. 반면 태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보고서는 “양호한 실물경제 여건 등을 반영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앞으로도 금리 인상 시점을 전후해 취약국의 금융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리스크가 커지면 가격변수 변동성이 2013년 테이퍼 탠트럼, 2015년 중국 경기 둔화 때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신흥국 금융불안 반복 가능성”
입력 2018-11-18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