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세습은 권력과 재정권 때문에 문제가 된다.”
기독교학술원 김영한 원장은 지난 16일 ‘목회 세습과 바른 승계’라는 주제로 열린 영성포럼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김 원장은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대형교회가 갖고 있는 돈과 권력, 사람 수는 막강한 권력 그 자체라 할 수 있다”며 “교회 세습은 후임 자리만 계승된 게 아니라 사유재산과 종교권력이 상속처럼 대물림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교회 세습은 목회 승계와는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목회 승계는 목회를 물려주는 것이지만 세습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라며 “소형교회 등 권력 행사가 문제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목회 승계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연구소 이일호 소장도 “담임목사 세습 자체를 악으로 여기는 인식은 바른 접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세습은 유전·혈연으로 인한 전승, 대물림 승계 계승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직분 등용의 방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인간의 타락은 하나님께서 세우시고 작동시키신 정상적인 세습도 뒤틀리게 만들었다”며 “선한 목자는 삯군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그러나 한국교회 담임목사 세습이 선한 목자 되신 주님을 닮기 위해 힘쓰는 모습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는 한국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에 함의된 문제는 “혈연의 끈을 갖고 어떤 유리함을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교회 세습하지 맙시다: 교회 세습 반대운동 연대보고서’를 인용, “현재 한국교회와 사회 상황에서는 담임목사직 세습이 일정한 특권이 혈연적으로 계승되는 세습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사회에 지금까지도 만연한 혈연 지연 학연의 끈으로 모든 걸 하려 하는 오랜 관행을 잘라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총신대 교수는 “목회자가 교회 재정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엄격히 차단하는 방향으로 교회법을 강화시킴으로써 혈통상 계승문제 자체를 무의미하도록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목회직의 본질을 반영하게끔 교회법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교를 맡은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모세를 언급하며 “자기 아들이라도 대신 들어가 통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모세는 이 권리마저 깨끗하게 포기한다. 그는 자기 아들이 아닌 하나님의 뜻에 따라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세웠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교회 세습은 자리뿐 아니라 재산·권력까지 대물림돼 문제”
입력 2018-11-19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