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계 기득권만 대변하는 양대 노총, 개혁 필요하다

입력 2018-11-19 04:03
민주노총의 16일 집회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면담을 요청한 31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 대통령을 대놓고 협박한 발언은 최근 벌여온 점거농성의 연장선에 있다. 고용노동부 지방청사 4곳, 김천시장실, 여당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실, 대검찰청이 점거 당했고 국회와 청와대 앞도 농성장이 됐다. 한국노총 역시 17일 대규모 집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를 노동개악이라 규정하며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최저임금은 1만원으로 올리라고 요구했다. 두 노총 집회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은 ‘실망’이었다. 문재인정부를 지지했는데 노동정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정권에 ‘지분’이 있다는 인식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이것을 ‘노동계’의 움직임으로 통칭하는 것은 옳지 않다. 두 노총은 더 이상 노동계를 대변하지 못한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주52시간제로 여건이 나빠진 중소·영세기업의 숨통을 틔워 그 일자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은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모두 현 경제상황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지금 노동계에는 대형 노조가 주도하는 양대 노총의 주장을 수용했을 때 오히려 피해를 입을 노동자가 훨씬 많다. 일자리가 없어 절망하는 노동자에게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어주려는데 민주노총은 소속 노동자만을 위해 그것을 반대한다. 노동계가 아닌 노동계 기득권을 대변하고 있다. 다 함께 잘 살자는 정부의 국정기조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하려면 이렇게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는 노동개혁에 나서야 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동개혁을 위한 여야정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이 최근 두 노총을 겨냥해 내놓은 발언과 맥락이 다르지 않다. 협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지한 검토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 위원장은 이런 말도 했다. “여야정이 둘러앉은 모습만으로도 분명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이는 여야정 협의체의 다른 의제에도 적용된다. 한국당이 노동개혁 라운드테이블을 진정 원한다면 협의체의 실질적 운영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