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 다 함께 잘 사는, 포용… 중요한 건 말이 아니다

입력 2018-11-19 04:05
문재인정부 국가비전이 ‘혁신적 포용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6일 사회 분야 첫 전략회의를 열어 ‘포용국가’를 국가비전으로 내세운 지 두 달여 만이다. 당시 문 대통령이 밝힌 국가 비전의 정식 명칭은 ‘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였다. 그런데 포용국가라는 단어 자체가 복지국가를 연상시키는 데다 ‘다 함께 잘 사는’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어 분배에만 치중한다는 인식을 줄 것을 우려해 혁신적이라는 단어를 넣은 모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믹스한 정책 패키지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우리 정부는 ‘다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채택했다”고 했다. 좋은 단어의 종합판이다.

청와대에겐 포용국가의 공식 명칭이 중요한지 모르지만 이에 관심을 갖는 국민은 거의 없다. 혁신, 다 함께, 잘 사는, 포용 등 좋은 말만 다 모아 국가비전을 만들면 뭐 하나. 중요한 건 명칭이 아니라 실질이다.

문 정부 집권 1년 반 동안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모든 지표들이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돌아갔다. 성장잠재력도 장기 침체가 우려될 정도로 약화됐다. 소득 감소와 실직 위험에 직면한 많은 저소득·중산층에게 국가비전 명칭을 둘러싼 움직임은 한마디로 말장난일 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도 소득주도성장을 했다.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양극화 해소하려 소득주도성장을 일시적으로 추진했으나 단기 부양책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정부의 양극화 해소 정책을 소득주도성장과 비교하는 건 억지다. 박근혜정부 4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8% 전후다. 이 정부는 2년 새 최저임금을 29%나 올려 자영업자 대량 실직 사태를 일으켜 놓고 반성하기는커녕 근거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