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군에서 화상경마장 유치사업이 재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는 마을에선 낙후지역 개발에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사회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양양군에 따르면 최근 한 민간업체는 양양군 손양면에 장외발매소와 승마체험시설을 갖춘 화상경마장을 짓겠다며 지난달 31일 마사회에 사업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민간업체는 지난 23일 장외마권발매소 사업제안서를 양양군에 제출했고, 양양군은 같은 달 30일 사업추진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마사회는 지난 8일 사업예정지를 시찰했다. 사업이 추진되려면 후보지 선정 이후 2개월 안에 주민공청회를 거치고 군의회의 사업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추진되다 무산된 장외발매소 사업을 다시 추진하면서 충분한 여론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설악권번영회장협의회와 양양군기독교연합회, 양양군초중고학부모연합회는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화상경마장 유치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양양군은 이미 2016년 사업 취소를 결정했음에도 다시 사업을 추진해 군민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며 “전남 순천과 강원 원주·횡성 등에서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는데 화상경마장을 유치하겠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정준화 설악권번영회장협의회장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마사회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박중독을 초래할 가능성이 경마장은 39.4%이지만 화상경마장은 72.9%에 이른다”며 “실내 화상경마는 도박으로 빠질 위험성이 더 높은 만큼 사업 백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양군은 “이번에 추진하는 모델이 장외발매소의 기능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을 위한 시설이 결합된 점, 낙후된 손양면의 발전을 위해 대다수의 손양면 주민들이 사업추진을 적극 원하는 점 등을 감안해 사업유치에 동의했다”며 “사업 유치여부를 전적으로 군민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횡성지역에서도 화상경마장 유치를 추진하다 주민 간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우천면 화상경마장 추진위원회는 최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화상경마장 유치를 추진했으나 신청 마감일인 지난달 31일 횡성군이 사업 유치에 동의하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한규호 횡성군수는 “유치 요구를 존중하지만 횡성 전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역 전체 여론을 수렴하고 사업의 적합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 만큼 이번 유치 건에 대해서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양양=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양양군 또 화상경마장 추진… 주민 갈등
입력 2018-11-18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