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반등 기대는 금물이다. 시황 부진은 내년 초에도 지속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4일 국내외 금융·산업시장을 전망하는 신한금융포럼 도중 석유화학 분야에 이르자 “2019년은 둔화 2년차”라는 평가를 내놨다. 본격적인 하강 국면을 맛봤던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장밋빛 전망은 힘들다는 분석이었다. 가장 큰 위협은 단연코 미·중 무역전쟁이다.
1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깜짝 호황’을 맞았던 업계는 올해 영 딴판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47만5000원을 찍었던 ‘석유화학 대장주’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지난달 25만원 아래로 떨어진 장면은 이를 방증한다. LG화학, 한화케미칼 등이 최근 내놓은 3분기 실적도 좋지 않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30∼50% 감소했다.
언제까지나 지속될 호황은 아니었고, 언제든 닥칠 수 있는 불황이란 평가도 나왔다. 실적과 시가총액의 추락을 낳은 것은 석유화학산업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다. 올 들어 석유화학업계 안팎에서는 ‘삼중고’라는 말이 돌고 있다. 중국의 수요 부진, 미국의 공급 증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겹쳤다.
한국의 석유화학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40%를 넘는다. ‘제1 수출시장’ 중국은 그간의 고속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사들여 미국에 완성품을 수출하는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 갈등’ 속에서 부진으로 빠져들고 있다. 통상 갈등이 격화되면 자연스레 한국의 중간재를 덜 찾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내년 수출 증가세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공급은 늘었다. 중동 지역에서 에틸렌 공장이, 미국에서 에탄 분해시설(에탄크래커·ECC)이 잇따라 증설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ECC 증설이 2024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산업의 원재료인 에틸렌 제품 공급 과잉이 확실시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격경쟁 심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출입은행은 “중동산 물량과 함께 아시아 지역에서 폴리에틸렌(PE)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국제유가는 올라도 내려도 골칫거리다. 2015년부터 석유화학업계의 호황을 만들어준 바탕은 저유가였다. 반면 올해는 유가가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원가 부담을 키웠다. 유가가 조금씩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마냥 좋은 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 하락은 제품가격 하락으로 전가돼 재고 손실 확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가 수출시장의 효자종목, 주식시장의 알짜종목으로 돌아오려면 미·중 무역전쟁부터 잦아들어야 한다. 오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수출입은행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정상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석유화학 ‘3重苦’ 내년까지 이어질 듯
입력 2018-11-19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