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예로 하나된 성도들 “작업하며 소통”

입력 2018-11-19 00:01
경기도 구리 예닮교회 고대경 목사(오른쪽)와 성도 정지은씨가 지난 14일 교회에서 열린 ‘소품전’에서 ‘나무 성찬기’를 들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회 성도들이 나무로 만든 목걸이와 머리핀 등 액세서리들.
경기도 구리 장자대로 예닮교회(고대경 목사)에는 다른 교회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교회가 있는 상가건물 1층과 2층에는 목공 작업을 할 수 있는 ‘공방’이 있다. 이 교회 성도들은 주중에도 공방에서 함께 작업하고 교제하면서 공동체성을 이룬다.

지난 14일 교회를 방문했을 때 ‘소품전’이 한창 열리고 있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성도 30여명이 작업한 100여 점의 나무 소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성찬기와 십자가 시계, 십자가 목걸이, 가구, 도마 등 다양했다. 고대경(48) 목사는 “소품전은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고 소개했다. 이 소품전은 17일까지 진행됐다.

작품들이 전시된 50평(165.3㎡)의 지하 예배실은 모두 나무로 꾸며졌다. 십자가가 있는 강대상은 물론이고 가구와 바닥 등도 나무였다. 한쪽에는 나무와 잘 어울리는 난로가 놓여 있었다. 다른 층에 있는 예배실과 공방도 모두 나무 인테리어로 돼 있다.

예닮교회의 ‘나무 사랑’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2007년 초 교회를 개척한 고 목사는 그해 말 이 건물에 들어왔다. 지하 예배실을 꾸미려고 하는데 지하 건물에서 나오는 곰팡이 냄새를 막기 위해선 나무 인테리어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를 모두 바꿔야 하는데 막대한 인테리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고 목사와 성도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목공 공부를 하면서 직접 공사를 했다. 거의 1년이 걸렸다.

목공 작업이 처음이었음에도 교회에 필요한 소품과 가구 등을 제작하면서 고 목사를 비롯한 성도들의 목공 실력이 조금씩 향상됐다. 미술대학 출신인 성도 3명이 합류한 뒤부턴 목공 작업에 예술성이 더해졌다.

나무의 매력은 무엇일까. 고 목사는 “나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수님도 목수였다. 나무는 다른 소재보다 안정감과 평안함, 따뜻함을 준다”고 말했다.

미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성도 정지은(37·여)씨는 나무 성찬기를 만들었다. 고 목사가 이스라엘 성지순례에서 가져온 감람나무를 소재로 했다.

정씨는 “지난주 나무 성찬기로 성찬식을 했는데 금속으로 된 성찬기보다 더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며 “교회 공방에서 함께 작업하면서 성도들 간 관계가 더 깊어졌고 좋은 취미생활을 공유하다 보니 정서적으로도 참 좋다”고 전했다.

김동윤(46·여) 집사는 “주중에도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작업하며 소통한다. 나무 자체가 힐링”이라고 했다. 김경희(49·여) 집사는 “성도들의 작업 실력이 수준급이다. 성도들은 집에 책꽂이 등 스스로 만든 가구 하나쯤은 모두 갖고 있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교회는 이 전시회를 계기로 목공에 관심이 있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목공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 마포삼열기념관에서는 교회 성도들이 만든 ‘노아의 방주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상반기 구리아트홀에서 ‘노아의 방주전’을 열었는데 전국에서 1500여명이 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고 목사는 “교회 문턱을 낮춰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 문화만한 게 없다”며 “소품전을 비롯한 ‘노아의 방주전’도 기독교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리=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