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국내 6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주식이 15일부터 코스피시장에서 매매가 정지됐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전날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고의성을 인정하고 거래정지 조치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삼성바이오가 회계기준을 고의로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면서 “분식 규모는 4조50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증선위는 대표이사 해임 권고,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80억원 부과, 회계법인 징계 등을 의결했다. 삼성 계열사에서 벌어진 일로 충격적이다. 삼성바이오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분식회계 파장은 삼성바이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합병 전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자회사인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분식회계를 통해 에피스 기업가치를 2905억원에서 4조8806억원으로 늘렸다. 4년 연속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는 단숨에 1조9000억원의 흑자 회사로 탈바꿈했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면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도 올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했다. 증선위 결정은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대체로 맥을 같이한다.
앞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감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가 재무제표를 고치면 삼성물산 재무제표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필요성 여부는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관련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증선위 고발에 따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수사 상황에 따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과정으로까지 검찰의 칼끝이 향할 수 있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에서 면죄부를 받았던 삼성바이오 문제가 문재인정부에서 단죄를 받았다. 정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면 금융 당국의 신뢰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삼성바이오 소액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사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해야
입력 2018-11-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