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상황에서 룻기는 대체로 하나의 해석이 중심을 이뤘다. 남편 잃은 가난한 여자가 홀로된 시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부유한 지주인 보아스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룻 이야기는 한국의 유교 문화까지 더해져 해석돼 왔다. 동서인 오르바가 시어머니를 떠나 친정으로 돌아간 것과 달리 시어머니를 끝까지 봉양한 룻은 ‘효부(孝婦)’로 칭송됐다.
이 책은 이렇게 다소 상투적인 해석을 깨고 진짜 룻기와 마주보게 한다. 저자는 룻기의 핵심은 백마 탄 남성 보아스나 효부 룻이 아니라 ‘여자 욥’인 나오미의 상실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고대 가부장적 문화에서 나오미가 당한 고통은 대참사 수준에 가깝다. 저자는 욥기를 룻기와 대비시켜 설명하면서 두 책 모두 고난당하는 이들이 겪는 최악의 상실을 다루고 있다고 분석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욥은 남자이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폐경기가 지난 과부 나오미는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성경에서 룻기의 위치는 의미심장하다. 거시적으로는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룻 1:1)와 다윗 왕정(4:18∼22)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미시적으로는 긴급한 가족 문제와 모세 율법 세 가지(이삭줍기, 계대결혼, 기업 무를 자)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제3의 관점, 곧 신약과 그 이후 시대에서만 깨달을 수 있는 포괄적 관점을 제시한다. 하나님은 평범하면서도 사회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각 사람을 통해 일하심으로써 세상을 향한 당신의 목적을 진척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룻기의 영웅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제시하면서 ‘복 받은 연합’ 개념으로 표현한다. 나오미와 룻, 보아스는 자신들의 행동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고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베들레헴 지역에서 가족문제를 다루려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의 연합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를 잇게 하신다. 저자는 미국 비블리컬신학교 겸임교수로 2013년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선정한 복음주의 여성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제3의 관점으로 다시 본 룻기
입력 2018-11-16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