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인구가 1% 남짓한 일본의 오사카에 한 교회가 있다. 교회를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여운이 남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떤 교회이기에 이곳으로 중·단기 선교를 다녀온 한국의 젊은 목회자와 청년들이 섬기고 또 섬기고 싶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 교회는 21년간 한국인 목사가 일본인 노숙자들을 끝까지 사랑하고 용서하며 지켜온 ‘나니와교회’다. ‘그대가 걸으면 길이 된다’(국민북스)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저자 김종현 목사를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4대째 크리스천 가정에서 나고 자라 어려서부터 목회자를 꿈꿨다고 한다. 한국에서 목회하다 1996년 일본으로 떠났다. 이듬해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로부터 파송 받고 부임했지만, 두 달 만에 쫓겨나다시피 사임해야 했다. 한국에서 가져간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400만엔을 교회에 건축헌금으로 낸 직후였다. 억울하고 분했다. 아내 강정숙 사모와 한 달간 금식하고 기도하면서 원수를 사랑하라,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김 목사는 “일본 초기 사역 3년이 참 힘들었다”며 “하지만 그때 로마서 5장 5절에 나오는 주님의 사랑이 내 삶에 부어졌다”고 했다. 그는 “그 전까지 열등감 투성이인 나였는데, 하나님이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시는구나 깨닫고 나니 사람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갈증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면서도 그러지 못했던 내 죄를 깨닫고 나니 용서 못할 죄인이 없어지더라”며 “내 사랑의 원천은 주님을 만나 넘치는 사랑과 구속의 은혜, 죄사함의 은총을 누려서 자유함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새벽마다 오사카 니시나리구 가마가사키 지역의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차와 커피를 제공하며 전도를 시작했다. 한국 사람보다 일본인 노숙자가 많아졌고 50명이 100명, 어느새 250명이 줄을 섰다. 김 목사와 아내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집에 데려와 함께 살면서 ‘사랑의 집’을 꾸렸다. 사역하는 동안 많은 노숙자들이 왔다가 떠나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김 목사는 “노숙자들은 외롭고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을 이기기 위해 무언가 의지할 것을 찾는다”며 “술 마약 도박 섹스 등에 대한 의존과 중독을 끊어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이들이 빨리 거듭나길 바라며 조바심을 냈다. 김 목사는 “그러다 노숙자들을 잠시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평생 함께 살기로 작정하자 그들을 정말 사랑할 수 있게 됐다”며 “이것이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기적”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우리를 찾아온 사람들, 하나님이 붙여주신 사람은 끝까지 버리지 않고 참아주는 게 원칙”이라며 “우리 교회의 매력은 끝없는 용서”라고 덧붙였다. ‘노숙에서 천국까지’ 돌본다는 마음으로 이들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외롭지 않게 이들의 마지막과 장례에 많은 애정을 쏟았다.
나니와교회가 걸어온 길은 여호와이레 하나님에 대한 고백이다. 노숙자들과 함께 살고 먹고 예배하려면 많은 재정이 필요했다. 거의 맨 땅에서 시작한 사역이었지만 김 목사는 돈 걱정 대신 재정의 원칙을 세우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다. 대부분 교인이 노숙자들이지만 놀랍게도 교회를 건축했다. 김 목사는 “2004년 교회 건축을 위해 모금을 시작하자 노숙자들이 알루미늄 캔을 모아 헌금했다”며 “우리 교회 식구들은 한 번 일을 하면 끝까지 열심히 한다”고 했다. 작은 자들의 몸부림이 현실이라는 세상의 벽에 부닥칠 때마다 생각지 못한 후원자들이 나왔다. 청각·언어 장애인이었던 고 하라 가즈오씨는 유산 2억5000만원을 교회에 남겼다. 교회는 이 돈으로 건축의 빚을 갚을 수 있었다.
2013년 2월 일본 아사히신문 사회면에 나니와교회 기사가 크게 실렸다. 일본과 사이가 좋지 않은 한국인이 오랜 시간 일본 사람도 피하는 노숙자를 섬기는 모습은 일본 사회에 적잖은 울림을 안겼다. 당시 취재기자는 교회에서 똥·오줌 못 가리고 거리를 헤매는 75세 지적장애인 하마카시를 섬기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한다.
김 목사는 현재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으로 섬기면서 일본교회와 협력하고 일본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인이 적은 일본을 바라보는 예수님이 얼마나 아프실까, 예수님의 눈물에 대한 설교를 많이 한다”며 “하나님은 한때 원수였던 우리가 일본을 용서하고 일본의 잃어버린 영혼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가기를 간절히 바라신다”고 말했다.
당초 김 목사는 책을 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단기선교를 와서 그의 사역 이야기를 들은 젊은 목사와 청년들이 기록으로 남겨야한다며 졸랐다. 그들 중 두 사람이 이날 인터뷰 현장에 동행했다. 순회선교사 황 예레미야 목사와 반야월교회를 섬기는 오상윤 목사다. 황 목사는 “나니와교회의 20여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교회’”라며 “이 책은 김 목사님과 사모님, 교회를 섬기고 도운 분들의 노고를 기리고자 함이 아니라 누구보다 쉬지 않고 수고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오 목사는 2015년 결혼 후 신혼여행을 가서도 나니와교회 전도집회에 참석했을 정도로 이 교회를 사랑한다. 오 목사는 “당시 아내가 ‘이곳에는 사랑이 넘친다’고 말하더라”며 “나니와교회는 사랑의 여운을 주는 교회”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저자와의 만남-김종현 나니와교회 목사] 日 노숙인 품은 한인 목사 “사랑하니 기적이 찾아왔다”
입력 2018-11-1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