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가능성 낮지만 증시에 큰 충격

입력 2018-11-15 04:0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의 기로에 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 성장성, 투자자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상장폐지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한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종목 가운데 우량주인 데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대형종목이라 증시에 미칠 충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대상에 해당한다며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2015년 회계처리가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결론에 따른 조치다. 거래소는 앞으로 15영업일 안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인지 검토해야 한다. 심의대상이 되면 기업심사위는 다시 20거래일 동안 상장폐지, 개선기간 부여, 상장유지 여부를 들여다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매매거래는 결정일 바로 다음 날부터 재개된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7거래일의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증시에서 쫓겨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상장폐지가 현실화되면 투자자 피해가 막대하고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의 21.5%는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6년 상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었다. 단순히 당시 회계가 숫자상으로 잘못된 것인지,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성장성이 부족한 회사인지 등을 거래소에서 종합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분식회계에 연루됐던 종목들도 상장폐지까지 가지 않았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과 한국항공우주도 분식회계 결론을 받았지만 코스피200지수에서 제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2009년 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한 후 회계처리 위반으로 상장폐지를 거친 사례는 없다”며 “거래소가 기업 계속성이나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해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정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거래정지가 일시적으로 풀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증시 악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20조원 이상의 대형 종목인 만큼 시장의 투자심리가 꺾일 수 있다. 바이오 대표종목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에 불이 붙을 때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생각보다 여파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이슈를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나성원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