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으로 손실 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또 압박 “현대차그룹, 초과 자본금 주주 환원해야”

입력 2018-11-14 18:45 수정 2018-11-14 21:46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13일 현대차그룹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한 초과 자본금의 주주 환원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커진 엘리엇이 주가 부양에 나섰다는 관측과 함께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포석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이사진에게 보낸 서신에 글로벌 컨설팅그룹 콘웨이 맥켄지가 작성한 현대차그룹 재무구조 분석 보고서를 첨부했다. 보고서는 현대차가 8조원에서 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원에서 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엘리엇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 잉여현금 흐름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해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고 주주환원 수준이 업계 기준에 지속적으로 미달된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포함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엘리엇과의 협업,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 검토 실시 등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이번 주장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것이어서 수용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당시에도 반대의견을 피력해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서한을 검토했지만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14일 “반복되는 무리한 요구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