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개시 149일 만에 이뤄진 첫 기소다.
임 전 차장 기소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 수사는 재판개입·법관사찰의 실무자급이었던 임 전 차장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행정처장(대법관) 등 사법처리 가능성을 예고해 왔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8가지 죄명으로 임 전 차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방대한 공소사실을 크게 4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도모 관련 범죄혐의’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을 위한 범죄혐의’ ‘조직 보호를 위한 범죄혐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관련 범죄혐의’다. 개별 범죄사실은 30가지가 넘고, 공소장 분량은 242페이지다. 다만 그 내용은 구속영장에 적용된 범죄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보안 및 효율성을 고려해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혐의 범위 내에서 기소했다”며 “추가 수사 및 기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을 기소하며 “이 사안 전체를 볼 때 어떻게 보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수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더러 양 전 대법원장과 3명의 전직 처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남아 있다. 당장 검찰은 오는 19일 박병대 전 처장을 소환해 조사한다. 검찰은 범죄혐의 대부분을 지시하고 승인했다는 이유로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임 전 차장의 공범으로 본다.
전직 처장들이 직접 움직인 경우도 적지 않다. 차한성·박병대 전 처장의 경우 2013년과 2014년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대책 회의에 각각 참석했다. 고영한 전 처장은 2016년 부산고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산 스폰서 판사’와 관련된 재판 개입을 지시했다. 임 전 차장은 당시 이들 아래에서 실무를 맡았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임 전 차장 기소는 윗선을 잡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분석했다.
법정 진검 승부도 본격 시작된다. 30년 경력의 법관을 피의자로 세운 재판인 만큼 수사팀도 공소유지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범죄사실이 방대한 만큼 공소유지도 수사 내용별로 담당을 정해 ‘맞춤형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초기부터 법원의 ‘셀프 재판’이 우려됐던 만큼 어떤 재판부에 배당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법원은 15일 중 임 전 차장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사건은 무작위 전산 배당으로 재판부가 결정되지만 임 전 차장 사건은 ‘적시 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으로 지정돼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의 협의를 거쳐 배당될 가능성이 크다. 무작위 배당 시 재판부와 임 전 차장 관련성 등으로 재판부 재배당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6곳의 재판장은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했거나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직간접적으로 사건에 연루돼 있다.
임 전 차장 사건이 신설된 재판부에 배당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 최근 형사합의부 3곳을 증설한 바 있다.
문동성 이가현 기자 theMoon@kmib.co.kr
죄명만 8가지, 임종헌 첫 기소, 대법원장·대법관으로 향하는 수사
입력 2018-11-14 18:23 수정 2018-11-14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