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이 “금메달의 명예를 못 지켜 참담하다”며 스스로 감독직을 내려놨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 발탁 논란으로 선 감독이 여론의 비난을 받은 데다 이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까지 이어지는 등 파문이 커지자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당초 2020 도쿄올림픽까지 선 감독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었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선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혼란에 빠졌다.
선 감독은 14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 7층 기자회견장에서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명예를 지키고 싶었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선 감독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없이 짧은 사퇴의 변만 밝힌 뒤 자리를 떠났다.
선 감독은 지난해 7월 한국 최초로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을 맡았다. 지난 9월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병역특례를 노렸다는 의혹을 입은 몇몇 선수들이 뽑히면서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또 아마추어 선수들이 주로 나온 대만에게 패배하는 등 답답한 경기를 펼치자 팬심을 완전히 잃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일부 시민단체는 아시안게임 후 선수선발과 관련한 선 감독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국회는 선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등 파장은 더욱 커져갔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나오기 전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아시안게임 이후 일련의 과정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알렸다. 그는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해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언급, 한국시리즈를 마친 직후 사퇴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일부 국회의원들과 정운찬 KBO 총재에 대한 서운함도 내비쳤다. 선 감독은 “어느 국회의원(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또한 저의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또 “불행하게도 KBO 총재께서도 국정감사에 출석해야만 했다.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비로소 알게 됐다. 저의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언급했다. 정운찬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국제대회가 많지 않거나 대표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감독은 필요치 않다”며 전임감독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KBO 측은 국감 이후 선 감독을 만나 “정 총재의 발언은 시간 부족 등으로 인해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전임감독인 자신을 총재가 부정하는 듯한 상황에서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KBO는 선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야구 대표팀은 내년 11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프리미어 12를 치른다. 정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 직전 찾아온 선 감독을 만나 “도쿄올림픽까지 팀을 맡아 달라”고 20여분 동안 사퇴를 만류했다. 방 밖으로 나와서까지 감독 사퇴를 만류했으나 선 감독의 결정을 뒤집지 못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금메달 명예 못 지켜 참담”… 국대 감독 물러난 선동열
입력 2018-11-14 18:59 수정 2018-11-14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