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자 대체복무, 36개월간 교도소에서 취사병과 PX병 역할 유력

입력 2018-11-14 18:35 수정 2018-11-14 21:39

교도소 취사장에서 밥 짓고 반찬 만들고 수용자들에게 끼니 때마다 식사를 담은 배식 용기를 전달한다. 식사시간 후에는 설거지를 한다. 수용자들로부터 생수와 내의 등 신청 물품 목록을 받아 전달해준다.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한 입영 및 집총 거부자는 정부에서 유력 검토 중인 대체복무 방안이 확정될 경우 이런 일들을 36개월간 수행하게 된다. 군부대에서 취사병과 군 마트(PX) 병사가 하는 임무를 합쳐놓은 것과 비슷한 업무다. 시민단체와 병역거부자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국회 입법안도 서로 달라 최종안이 마련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국방부는 36개월, 27개월 두 개의 대체복무 기간을 검토하다가 공중보건의사 등 34∼36개월인 다른 대체복무 기간을 감안해 36개월로 가닥을 잡았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체복무제도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최적의 안을 내겠다”며 “올해 안에 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36개월이 징벌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복무 분야는 교정시설에서만 하는 방안과 교정·소방시설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개의 안이 검토됐다. 교정시설 외 대체복무자를 수용할 만한 합숙시설을 갖춘 기관이 드물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교정시설에서만 하는 방안으로 기울었다.

유력한 대체복무 업무는 교정시설에서 취사장 일과 물품 보급을 하는 것이다. 현재 교정시설에서 수용자들의 도움을 받는 일을 앞으로 대체복무자들이 대신하게 된다는 얘기다. 업무 강도는 취사병, PX병보다 다소 높을 수도 있다. 취사병은 음식을 만들어 배식대에 갖다놓으면 그만이지만 대체복무자는 교도소 수용자들에게 밥통과 국통 등을 ‘배달’해줘야 한다. 물품 보급 역시 수용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일일이 전달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PX병과는 다르다. 재고 관리도 대체복무자들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위원회는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나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와 같은 대체용어를 쓰는 방안도 마련될 계획이다.

대체복무제도는 입법 과정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병역법 개정안은 이르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당국자는 “대체복무자는 연간 50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며 “연 600명 정도를 상한으로 정하되 시행 첫해인 2020년엔 대기 인원을 고려해 1200명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와 군인권센터 등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상 징벌적 대체복무안”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보냈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1.5배(육군 기준 27개월)를 초과할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